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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Aug 17. 2018

프라하의 거리, 첫인상

Prague 1

여행의 첫날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말고는 해외로 나가 본 적 없었던 나는 장기로 해외로 처음 나왔다. 무거운 짐을 끌고서 너무도 서투른 출발을 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캐리어는 비행기 화물로 부쳤지만 다른 보따리만 한 짐가방은 손에 들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것이 실수였는지 짐은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나는 보따리 가방을 들고 공항 게이트를 찾아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 걷고 걷고 걸어야 했다. 체코 프라하까지 경유지였던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이 그렇게 크고 넓을 줄은 게다가 공항 끄트머리에서 비행기를 환승해야 하는 승객들을 위한 배려가 그리 안되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덕분에 나는 잠도 못 자고 하루 24시간을 공항에서 또 비행기 안에서 지내야 했다. 프라하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다 되어 교통도 다 끊기고 숙소로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했다. 심지어 내 캐리어가 도착하지 않았다니.

다행인 건 공항 측에서 친절하게 숙소까지 배달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다. 유럽의 택시 기사님들은 지리를 다 파악하고 있어서 내비게이션 없이 주소만 갖고도 목적지를 찾으신다. 

옛날 외국영화에서나 보던 대문과 그 옆에 벨 앞에서 문을 못 열어서 헤매다가 유로로 계산했다고 불평하던 택시 아저씨께 도움을 청하고서야 숙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내가 예약한 방은 시간 안에 체크인을 못한 탓에 머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호텔 관리인이 나몰라라 하지 않은 덕분에 소개해 준 다른 숙소로 갈 수 있었다.

새벽 한 시가 다 되었을 것이다. 너무 지치고 고생스러운 24시간이었다. 나는 밝으면 잠을 못 잤기 때문에 방의 불을 다 끄고 침대에 겨우 누울 수 있었다. 아마 제일 위층의 방이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침대와 천장이 가까웠고 천장이 사선으로 기울어 바로 침대 바로 위로 창문이 있었다. 열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내가 못 여는 건지 원래 열리지는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방 안은 캄캄했고 이 밖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힘들게 도착해서 이제야 편히 쉬려고 하는데 새로운 곳의 낯선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말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내가 왜 그렇게 고생을 한 걸까.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게 울다가 잠이 들었다. 




저기 보이는 HOTEL DOWNTOWN , 프라하에서 처음 머물게 된 숙소였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일찍 움직여야 했다. 여행지에서는 한시라도 안에만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체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생각처럼 관광지를 가뿐하게 돌 수가 없었다. 그냥 숙소를 나와서 프라하라는 곳의 거리와 처음 보는 이국적인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먼저 핸드폰의 유심 칩을 사야 인터넷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그 나라의 교통편을 잘 파악해야 힘들지 않고 잘 돌아다닐 수 있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몰라서 무식하게 걷고 보자는 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유명한 까를교가 어딘지 관광지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감을 못 잡았다. 숙소에서 가까운 통신사를 구글맵으로 찍고 그곳까지 걸어가 구입했다. 어느 나라를 가나 그 나라의 교통편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면서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교통편이 편리하게 잘 되어있는 나라를 가면 참 좋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 나라의 현금이 꼭 필요한 줄 알고 프라하에서 ATM지급기를 찾아 돌아다니느라 고생을 했다. 아무리 찾아도 고장 난 것뿐이 없고 결국엔 은행을 찾아들어가서 꽤 큰 금액의 돈을 뽑아 은행 안에서 단위가 작은 금액으로 돈을 바꿨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날 너무 정신이 없었던 탓인지 돈을 환전할 때 돈을 덜 받았던 것 같다. 프라하의 지폐 단위를 헷갈려서 확인을 잘 못했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때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을 까먹었다. 

그리고 해외여행할 때 현금 계산을 흔하게 하는 나라가 아니고서는 현금을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주변 ATM기에서 필요한 만큼만 쉽게 뽑아서 쓸 수도 있고 대부분 카드 계산을 편하게 할 수 있다. 




프라하의 거리 역시 차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관광지에서 꽤 먼 곳이었는지 유럽인들 사이에서 동양인인 나 혼자 눈에 띄는 기분이었다. 나는 여기서 외국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동양인이 나 혼자라서 속으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적응이 힘들었다. 괜히 기 안 죽으려고 당당하게 먹을 거 다 먹고 나온 기억이 난다. 

24시간을 공항에서 또 비행기 안에서 고생 한 다음 날 프라하의 거리를 걷는 것은, 그것 만으로도 그 간의 고생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처음 보는 낯선 이국 땅의 거리를 걷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처음 머물렀던 숙소의 이국적인 느낌의 고풍스런 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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