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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Aug 26. 2018

루체른의 아름다운 밤

Luzern, Switzerland 2

루체른의 숙소에 4박을 예약한 것은 내 여행 역사상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루체른의 아름다운 밤의 풍경을 4일이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을 끝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뜻밖의 아름다운 야경은 마치 선물 같았다. 


세렌디피티,
우연히 발견한 뜻밖의 행운. 

루체른의 카펠교 다리 위에서 본 야경은 내게 세렌디피티와 같았다. 알고서 찾아온 여행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다. 


핸드폰 사진이었지만 최대한 담아보려고 했던 루체른의 세렌디피티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도 들어보다가 핸드폰에 사진으로 수도 없이 담아 보다 야경을 바라보다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때, 마침 다리 근처에서 길거리 연주자가 영화 대부의 주제곡과 또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소리도 들려오곤 했다.


해가 저무는 저녁쯤, 루체른 호수에서 벗어나 큰길을 건너 넓은 강가를 따라 걷다 보면 스위스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종소리 하나 정도 울리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그곳에서는 종소리 한 두 개가 울리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사방에서 종소리가 울려와 자칫 시끄럽다고 느껴질 법도 했다. 도보와 가깝게 붙어 있는 강 위로 커다랗고 예쁜 유람선이 스위스 깃발을 꼽고 정박해 있고 그 주위로는 백조들이 유유히 노닌다. 허공을 가득 채우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종소리 까지,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다음 날은 저 강 위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 중 하나를 타고 루체른의 또 다른 풍경을 볼 참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돌아오는 해질 무렵 유람선 창으로 보이는 마을의 풍경 역시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같았다. 배 주위로는 백조들이 쉼 없이 날아들어 그 아름다움을 더했다. 


해 질 무렵의 루체른의 유람선과 강가 그리고 백조


나는 스위스의 총 4개 도시를 돌아보았다. 스위스에 머무는 4일만큼 4일짜리 트래블 패스를 끊었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루체른에서 인터라켄, 몽트뢰, 베른까지 다녀온 것이다. 숙소는 루체른에 4박을 잡았기에 루체른에서 각 도시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식으로 스위스를 여행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강도 높은 일정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일단 부딪히고 보자는 식의 막무가내에서 비롯되었지만 가장 보람 있고 잊을 수 없는 여행으로 남았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를 4일을 끊은 것도 트래블 패스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까 그런 거였다. 기차를 잘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꼭 다른 도시로 가는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위스 기차 여행은 정말 할 만했다. 한쪽 면 전부를 창으로 만들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잘 감상할 수 있게 해놓은 기차도 있고 그 밖에 스위스 하면 기차여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가지 버전의 기차가 있었다.


여행이라는 단어에 가려졌기에 그렇게 매일을 걸어 다니면 아플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탈이 날 줄도 모르고 산 정상을 오르고, 새벽 일찍 일어나 기차 타고 저 멀리 다녀오는 등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다. 중간에 살짝 감기에 걸리기도 했지만 약을 먹고 다행히 크게 아프지 않을 수 있었다. 스위스에 와서 감기약을 하나 구입했는데 그게 스위스의 국민 감기약이라 불릴 만큼 유명하고 효능도 뛰어난 감기약이었다. 감기가 크게 번지지 않은 게 그 약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한알로도 다음날 무리가 없었다. 내가 자면서 기침을 하자 같은 방을 쓰던 한국인 여행객이 한국에서 미리 지어 온 듯한 감기약을 먹으라고 내 이층 침대 위로 밀어주었는데 금방 약을 먹어서 괜찮다고 했다. 마음만으로도 고마웠다. 


생각 없이 끊어버린 4일짜리 트래블 패스 때문에 빡빡한 일정으로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물가 비싼 스위스에서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고 어쩌면 반 강제로 여행을 다닌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스위스에서 먹방은 포기하고 여행했다. 식사 한 끼가 정말 비싸기도 했고 기차여행을 온전히 누리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난 이 모든 고생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루체른의 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루체른을 떠나며는 다음번에 꼭 올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자고 생각했다.


루체른의 아름다운 밤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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