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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Aug 26. 2018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스위스 여행

Luzern, Switzerland 1

어느 나라를 첫 여행지로 선택해야 할지 고민 끝에 스위스를 가기로 했다. 아 참, 그전에 영국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영국에 입국을 못하고 공항에서 하루를 머문 끝에 결국은 다시 체코, 프라하로 돌아와야 했다. 그때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통하면 다른 나라로 입국하기 까다롭다는 걸 깨달았고 외국인으로서 공항 입국에 대한 공포가 생겨 비행기 이동은 꺼려졌었다. 아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래서 유럽에 와서 정식 첫 여행지가 된 스위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마 스위스로 간 이유가 서유럽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고 동유럽 쪽은 잘 알지 못했기에 그 당시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체코에서 버스로 갈 수 있고 그 이름 유명한 스위스를 선택한 것 같다. 

내 여행 스타일은 내가 즉흥적인 면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지금은 몇 번 실수를 하고 나자 계획을 잘 짜려고 노력하는 편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스위스를 갈 때 두 가지만 했다. 버스 편 예약하기와 숙소 예약.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모르고 떠났나 싶지만, 그래서 스위스가 그렇게 물가가 비싼 나라인지도 몰랐다. 


전체적인 계획 없이 직접 가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찾아 해나가는 식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졸지에 스위스 4개 도시를 찍고 돈도 많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 많이 아는 것이 무서웠는지도 몰랐다. 그때 혼자서 여행을 시작해야 했는데 영국 여행이라는 첫 번째 시도가 좌절되고 나니까 나로서는 일단 떠나고 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는 생각만 하다 시도도 못하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웠다. 


나는 유럽 국가 간 이동을 하는 많은 버스들 중에서 플릭스 버스를 타기로 했다. 밤늦은 시각 프라하 역에서 버스를 탈 계획이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점차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너무 추워서 손과 발이 시렸다. 거기다 버스는 제 시각에 오지 않고 늦었다. 버스가 정말 오는 건지 불안해진 나는 주변의 몇몇 외국인들에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렇게 버스가 늦게 오는 게 확실 시 될 때쯤 10명이 훨씬 넘어 보이는 외국인들과 함께 추위를 견디며 기다렸다. 결국 버스는 두 시간 정도인가를 넘겨 도착하고 나는 그제야 버스로 기쁨의 탑승을 했다. 버스를 타고 독일 뮌헨을 거쳐 12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쓰고 보니까 내가 정말 이렇게 힘들게 여행을 했구나 싶다. 그런데 막상 그때는 힘들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몸이 힘든 건 맞지만 아무것도 몰라서 그 힘든 여행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편하고 화려한 여행이 아니어도 즐거웠던 것 같다. 


버스가 드디어 취리히에 도착을 했다. 밤늦게 출발했으니까 도착한 때는 날이 밝은 아침이었다. 참고로 장시간 이동을 해도 비행기보다 버스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아주 많은 게 아니라면 보통 옆 좌석까지도 쓸 수 있고 넓은 창문으로 바깥 풍경이 잘 보여서일까 장시간 버스가 나쁘지 않았다. 장시간 비행기가 고역인 걸 생각하면 그렇다. 

취리히 역으로 들어서자 우선 핸드폰에 갈아 끼울 유심 구입처부터 찾아 헤맸다. 유심을 구입하려면 웬만하면 어느 나라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루체른으로 향해야 했는데 어느 기차 플랫폼에서 타야 하는지 한참을 헤매다 찾았다. 스위스는 기차가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쉽게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데 지하로, 어디로 왜 그렇게 헤맸는지 모르겠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괜히 꼼꼼하게 다 두드려 보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 것만 같을 때. 하지만 어디서 보니까 결국 찾아서 선택한 그 방법이 최적의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지 않았냐고. 많은 시도를 하고 그만큼 실수도 많이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힘이 되는 말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겨우 도착한 루체른. 루체른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구글맵을 보며 다다르고 보니 아마 여기가 루체른의 핵심인가 싶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고 루체른 호수의 작은 다리는 동화 같았고 호수 위로 백조들이 떼 지어 날아다녔다. 루체른의 호수와 카펠교였다. 아무런 조사도 없었기 때문에 상상 조차 못한 광경을 보고 나는 감동을 했다. 숙소도 어디 중심지에서 가깝다고 해서 잡았을 뿐인데, 너무 감격해서 한동안 즉흥 여행의 묘미를 굳게 믿었다. 


동화 같은 루체른의 카펠교


루체른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내 눈을 사로잡은 카펠교와 그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침이었기 때문에 공기는 더없이 맑았고 상쾌했다. 그래서 더욱 숙소에 들어가는 것이 아까웠다. 역을 마주한 방향의 맞은편으로 다리를 건너자 고풍스러운 건물들 앞으로 기다랗게 시장이 열려 있었다. 공기도 맑은데 싱그러운 과일과 꽃들을 보니 나는 더욱 들떴다. 


루체른의 상쾌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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