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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Oct 03. 2018

마지막 여행지 이탈리아(1)

마지막 여행지, 이탈리아에서 드디어 탈이 나다

이탈리아가 나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가고 싶은 도시는 많았지만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만 가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다. 로마에서 이틀 정도 혼자 있다가 친구와 합류할 예정이었다. 

친구와 로마 말고도 다른 작은 도시도 들려볼 예정이었다. 

17일간 유럽의 나라 간을 쉼 없이 다녔던 탓에 마지막 여행지, 이탈리아에서는 탈이 났다. 도착한 다음 날 미리 신청해 둔 바티칸 투어에 참여할 일정이었다. 너무 피곤했던지 아침 일찍 시작될 일정에 일어나지 못해서 참여할 수 없었다. 눈은 떴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첫 여행지였던 스위스에서 4박 내내 새벽같이 일어나서 4개 도시를 돌아다녔던 것에 비하면 정말 체력이 바닥나던 참이었다. 

이탈리아는 많은 욕심부리지 않고 발도장이라도 찍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탈이 난 것은 그다음이었다. 친구를 만나고 같이 들어간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조식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체했던 걸까. 솔직히 먹었다 할 것도 없었다. 겨우 빵과 커피 때문에 탈이 난 것 같지 않고 지금 글을 쓰며 되짚어 보니 그만큼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소진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체한 탓에 역사 유적지를 열심히 돌아다니는 와중에 속이 울렁거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속이 안 좋다고 화장실을 찾아야겠다고 했다. 하마터면 화장실을 찾는 도중 유적지 길바닥에 토를 할 뻔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모션을 취하자 지나가던 외국인 아저씨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드디어 찾은 화장실에서 들어가자마자 난 큰 일을 치렀다. 다음 사람에게 미안해서 뒤처리는 아주 깔끔하게 하고 나왔는데 칸에서 나오니 들어갈 때랑은 달리 그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아무래도 소리가 다 들렸을 텐데.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 뭔가 다 이해한다는 듯이 모르는 척을 해주는 것 같았다. 순간 안심이 되기도 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유적지에서 관광하다 난데없이 큰 일을 치른 사건은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고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친구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밖에까지 들렸을까, 차마 안에서 오바이트하고 나왔다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냥 모른 척 나머지 관광을 마저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나는 먼저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가지고 온 소화제만 들고나갔어도 일이 더 심해지진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몸은 많이 아프고 숙소에 돌아와 약을 먹고 잠을 청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하루 종일 몸살로 앓아야 했다. 게스트 하우스 숙소의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듯했지만 난 계속 앓았고 늦은 저녁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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