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작가가 되고자 마음먹자 비로소 현실이 보였다.

by 김재희

사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이어나가기에 앞서서, 그와 연결되어 있지만 다소 별개로 올해 2020년이 다 가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펴내고 싶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다만 공문을 보고 지원한 교사 책쓰기 사업에서는 보기 좋게 떨어져버린 터라, 잠시 풀이 꺾였지만 그래도 그에 굴하지 않고 줄기차게 글과 동화를 써서 문학공모전에 여기저기 응모하느라 매주 금요일마다 우체국에 들러 내가 쓴 작품을 우편물로 발송하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었다.


그러다가 여름방학을 맞이한 순간, 나는 내가 보낸 수십 통의 문학공모전 출품우편 중에서 단 하나도 입상소식을 전해오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역시 글을 쓰는 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생각의 끈을 웹소설 쪽으로 돌리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기존의 문학과 다르게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한 쌍방향 소통의 힘이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나는 무연(무료연재)을 하면서 내가 쓴 소설 밑에 달리는 댓글이나 찜 수, 좋아요 같은 것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희열을 느끼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당장 독자 분들이 댓글을 몇 개 달아주신다고 해서, 찜을 몇 개 더 눌러주신다고 해서 내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뭐랄까,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게 혼자 뻘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 누군가에게라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다.


그게 즐겁고 신기해서, 늘어나는 조회수와 관작수(관심작품수), 댓글들을 보며 힘을 얻어서 나는 매 회 차 마다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들을 하며 이야기생산자로서 신나게 자판기를 두드려댔다.


그리고 그렇게 쓴 작품들을 웹소설 공모전에 출품하기 시작했다. 비록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진 못했지만 나에게는 내가 쓴 작품 초안들이 남았기에 기왕 쓴 거 다른 사람들에게 내 작품이 어느 정도로 먹혀드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무료연재처 몇 곳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신기하게도 작품소개에 적어놓은 이메일 주소로 출판사의 컨택이 거의 여름방학이 끝나갈 즈음 연달아 와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거기다가 이 전에 투고를 했던 곳 중 한 곳에서 이미 계약해버린 작품에 출간제의를 주셔서 얼른 시놉시스를 써서 다른 작품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그 작품으로 계약하자고 하셔서 나는 세 건의 계약을 연달아 진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계약을 했으니 열심히 작품을 쓰고 있는데, 나의 오지랖은 이미 작품을 출간한 이후 상황과 수입까지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내가 이 글을 써서 세상에 내놓으면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 독자들이 내 책을 사 읽게 되고 내 손엔 얼마 정도의 돈이 남게 될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 말이다.


계약서를 쓸 때 출판사 대 작가의 비율을 확인했기에 그 비율로 미루어보아 책이 대략 몇 권 팔리면 나한테 얼마 정도가 떨어지겠구나 하는 지극히 계산적인 생각을 어느새 자꾸만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자, 나는 이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어차피 내가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을 제2의 직업으로 삼고자 한다면 대략 얼마 정도를 벌지를 현실적으로 가늠해 보는 게 좋겠다.’


나는 내 스스로의 수입에 대한 집착을 그렇게 정당화시키면서 나름대로 웹소설작가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며 정보를 알아냈고, 전자책/웹소설 출판 플랫폼으로 유명한 곳들을 둘러보면서 얼추 팔릴 만한 권수를 짐작하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정도의 수준인 책 1권 내지 2권 정도만 낸 신인작가들의 책이 출시 이후 몇 권이나 팔렸는지를 별점 개수나 리뷰 댓글수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파악했고, 그것을 책값 정가에서 플랫폼수수로 30퍼센트를 떼고, 출판사 몫의 비율을 뗀 다음 내 몫으로 돌아올 돈을 어림짐작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실감이 확 들기 시작했다.


‘하아, 역시 이래서 우리나라에선 글만 쓰면, 특히나 소설가는 돈 못 번다는 말이 나오는 거구나.’


작가 커뮤니티에서 우스갯소리로 프로모션같은 걸 받지 못하면 정산금이 정말로 커피값, 치킨값이 나온다고 하던데 그 말이 내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옅은 한숨이 절로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있겠어?’


비단 글쓰기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른 모든 분야들도 다 저마다 경쟁업체와의 피 튀기는 경쟁과 홍보, 고객응대에 시달릴 터이니 새삼 사회물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막상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간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평온하게 살아왔는지가 실감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로서의 배고픈 현실과 실상을 알았다고 해서 내가 교사 일을 그만 두기로 한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기존에 네임밸류가 별로 없는 초기 신인작가의 경우에 해당하는 일인 것이니, 훗날 내가 글을 잘 써서 독자들이 날 찾게끔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건 내가 글을 열심히 쓰면서 필력을 더욱 늘린 다음에나 할 수 있는 신기루같은 환상일 터였다.


나의 잠정적인 예상 수입을 계산해보고 나서 나는 현실적으로 다른 각도의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가뜩이나 판매부수가 적은데 이걸 플랫폼 떼어주고 출판사랑 나누다보니 나한테 돌아오는 몫이 절반도 안 되는 것 아닌가. 플랫폼 수수료야 사람들이 그 곳에 많이 모여서 웹소설을 읽으니 어쩔 수 없이 낼 수밖에 없다지만, 출판사는 내가 차리면 되는 것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실제로 웹소설 작가분들 중에 자신이 직접 출판사를 차리고 자신의 글을 출간하는 사례가 있는지가 매우 궁금해졌고, 알아본 결과 그런 사례도 희소하지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생각을 좀 더 전위적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출판사를 직접 차려서 내 글을 펴내는 거야.


내가 올해에는 꼭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 생각에 꽂혀서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개인이 자신의 독창적이고 기발한 원고를 가지고 있으면 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종이책 발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독립출판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자, 한 때는 내가 직접 출판사를 차려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펴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종이책을 펴낼 때도 이런 방식으로 하는데, 아쉽게도 웹소설 계는 개인이 직접 창작물을 펴내서 판매를 한다는 개념이 종이책 분야보다는 다소 드문 것이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지고서 블루오션, 즉 내게 주어진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남들이 아직 많이 하지 않는 지금 이 상황 속에서 기회가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들을 하니 그간 별로 웃을 일이 없던 내 얼굴에 슬며시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진심으로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드는 것이 참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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