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희 Feb 15. 2024

[에세이]#1. 관심의 무게

타인에게 시선이 향한다는 건, 그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가끔 뉴스를 접하다보면 너무도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가 많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독거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 문제도 슬슬 대두되고 있다.

이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현상들이 우리 나라에서도 서서히 나타나는 모양새다.

자신이 살던 비좁은 집 안에서 자신의 죽음조차 온전히 알리지 못한 채 조용히 죽어갔을 그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분들과 일면식이 있던 것도 아니건만, 인간이라는 이유로 그 상황에 도의적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나는 내 주변의 이웃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


막상 그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지고 보니, 나조차도 이웃에게 그닥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삶을 살아왔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부끄러워졌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힘겨운 짐을 짊어지고 있기에 그런 건 아닐까.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내야만 하고, 내게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는 데만도 벅찬 나머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사라진 건 아닐까.

내 스스로의 지치고 힘든 마음마저 돌보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다른 사람을 향해 미처 눈길을 줄 수 없었던 건 아닐지.

그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고 조급하고 각박하게 살아왔던 건 아닐지.


그런 생각이 들자, 잠시 일하던 손길을 멈추게 됐다.

나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문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아직은 황량한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러자 고즈넉한 놀이터와 적당히 심어진 앙상한 나무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 맞은 편 동이 보였다.

똑같이 획일적인 모양새로 층층이 쌓여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고 있자니, 그만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내, 건물의 겉 모양새가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됐다.

저 안에서 분주히 삶을 살아내고 또 하루를 무사히 마감한 채 저 집으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할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


내가 비록 그들의 힘들고 고단한 삶을 위로하긴 힘들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해나가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내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아주 조금'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나의 작고도 미약한 시선이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기를.

내 주변에서 홀로 힘들어하며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가 나로 인해 다시금 힘을 낼 수 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