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클럽 '봄'의 첫 모임이 있었다. 모임의 주최자이신 양선희 작가님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을 맺으신 분들을 모아 만든 소규모 책 모임이었다. 3년 전 '봄날의 연애'라는 카페 이름이 정식으로 등록되기도 전에 우연히 찾아간 카페의 아기자기한 모습에 반해 나만의 아지트로 삼아야겠다고 속으로 결정했었다.
그 뒤로 지금의 '작은 책방 봄'이 되기까지 외관상 시간이 멈춘 듯한 그곳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작가님이 '봄'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다. 생명력이 넘치고 따뜻한 공기가 감도는 봄의 분위기가 작가님 본인과 닮아서 끌리시는 걸까. 작가님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필시 작가님의 모습이 봄 같기 때문이라. 자그마한 책방에 동네 사람들 뿐만 아니라 먼 지역에서 찾아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꽃 위로 날아드는 나비처럼 머물다 떠나갔다.
이번 북클럽 모임은 포토에세이와 시 창작교실에 이어서 작가님과 함께하는 3번째 모임이었다. 처음 모임을 참석할 때보단 덜 떨렸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터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는 항상 쉽지 않게 느껴졌다. 기온이 뚝 떨어진 덕분에 모임 참석하는 길에서 느껴지는 두근거림은 긴장 때문인지, 추우니까 몸을 덥히려는 심장 때문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열심히 써온 독후감에 어색한 부분이 없을까 걱정하다 보니 어느새 모임 장소인 책방에 도착했다. 두 분이 먼저 인사를 주셨고 작가님께서 준비해 주신 뱅쇼와 각자 써온 독후감을 보면서 마지막 분을 기다렸다.
잠시 뒤, 오늘의 북클럽 참석 인원이 다 채워지고 별다른 소개 없이 작가님께서 바로 모임을 진행하셨다. 각자 소개는 독후감을 발표하면서 하기로 했다. 과학 선생님, 국립공원 직원, 간호사 등 여러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고된 하루를 마치고 이곳까지 와서 모임을 참석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로에게 큰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소설을 쓰고 계시는 과학선생님의 수줍은 발표를 시작으로 서로의 독후감을 들으면서 하나의 책을 가지고 정말 다른 생각들을 하는구나 알아갈 수 있었다.
반려견 '또또'를 키웠던 조은 작가님의 에세이 책 『또또』를 읽고 써온 서로 다른 4가지의 독후감은 애완동물을 키워본 2명과 키워본 적 없는 2명이 쓴 글로 나눠졌고 감정적으로 이입이 잘된 글 2개와 반려에 대한 생각, 또또의 마지막을 통해 나 자신에게 하는 응원의 말 등의 자기 성찰글 2개로도 나뉘어서 성격이 다른 글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간단한 비평을 나눴다. 스스로는 피드백받는 게 두려워서 이 시간이 큰 부담이긴 했지만 전에 상담을 통해서 이런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둔 덕분인지 전보다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어색함과 무거움이 공존했던 시간을 지나 마무리는 조금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서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작가님께서 다음 모임 전까지 읽을 책을 미리 준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책방을 나왔다. 봄날 같은 책방을 나오니 추위는 계속되었다. 귀가 시리고 입김이 폴폴 날 정도로 추웠지만 봄 같은 다음 모임을 기대해서인지 마음만은 따뜻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