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밍 개인전 <LOVELY DAYS> 후기
토요일 점심, 서울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친구 부부와 영화 <파묘>를 보기로 했다. 이왕 서울 가는 김에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정으로 하루를 알차게 채워보고 싶어서 영화 보기 전 오전 시간에 할 일을 계획해 보기로 했다. 사실 주말 오전시간, 약속장소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 중 1~2시간 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각보다 없었다. 그러다가 구독만 하고 제대로 보지 않아 메일함에 쌓이고 있던 뉴스레터 중 위 조건에 들어맞는 전시회를 소개하는 글을 운 좋게 발견했다. 전시회를 개최하는 작가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냥 전시회 소개 포스터에서 받은 따뜻한 감정이 좋은 느낌이라서 무작정 예약했다.
전시회 장소는 시청역 9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라이크디즈 1601'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소규모 전시회를 여는 갤러리 카페로 평일에는 주변 회사원들이 많이 방문해서 분위기가 복잡하다고 한다. 오픈 시간인 10시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카페 사장님께서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해 주셔서 첫 손님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번에 관람한 전시회는 킴밍 작가님의 개인전 <LOVELY DAYS>로 총 30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가가 일상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경험한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단순하고 간단한 선과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했는데 이 부분이 내가 평소 좋아하는 일러스트 방식이라서 고민 없이 내 발길을 잡은 것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분들은 작품들을 보면서 각자의 반려동물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회상하기 좋은 것 같고 그런 경험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도 반려동물과 오손도손 함께하는 시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포근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거나 키우고 있는 친구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 친구들이 자신들의 반려동물과 함께한 일상생활을 SNS에 올리면 귀엽기도 하고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키우는데 들어갈 노력과 번거로움도 같이 생각나 앞선 긍정적인 생각이 반감되곤 한다.
그러고보니 난 반려동물을 키워보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노력과 번거로움이 머릿속에 박혀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근거 없이 자라 있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씩 가지치기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경험하지 않아 생긴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강형욱 훈련사의 유튜브를 보거나 반려동물과 즐거운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종종 보면서 반려동물에 대해 많이 접하고 친숙해지려고 하고 있다.
억지로 공감하기 위해서 내 생각을 바꾸는 건 아니다. 관점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생각이 굳어버리기 전 여러 가지 매체와 경험으로 그런 생각을 말랑하게 만드는 중이다. 이번 전시회도 그런 생각의 일환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고 직접적인 반려동물에 대한 체험은 아니었지만 이런 경험으로 기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 큰 성과이면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