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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름 Feb 05. 2024

이번 면접은 저번과는 달랐다

취직&이직 일기

작년 1월 27일, 면접을 보고 와서 착잡한 마음으로 글을 하나 올렸다.

그리고 올해 2월 2일, 또다시 면접을 보고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지난달에 취업컨설팅을 받으러 서울에 있는 유명 취업전문학원에 갔었다. 취업전문 강사님으로부터 들은 조언은 너무 공기업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병원 경력을 살려서 다른 대학병원이나 서울·경기 지역 병원 행정직에 지원하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준비할 것이 너무 많은 공기업에 무리하게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워하셨다. 내 미래는 공기업밖에 없다며 준비하는 동안 자신을 수없이 채찍질했는데 나 스스로도 무시했던 나의 경력을 알아주는 말들 때문인지 상당히 위로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취업상담과 비슷한 시기에 작년 초에 지원했던 병원에 재도전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선정된 만큼 규모 있고 큰 병원이라 꼭 가고 싶은 곳이었다. 작년의 탈락은 마음이 아팠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다시 행정사무원에 지원했다. 결과는 서류합격, 필기합격이 되어 또 다시 면접까지 볼 수 있었다. 운인지 운명인지 모를 떨림을 안고 면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자기소개서 기반으로 예상 질문도 뽑아보고 그에 따른 답변도 계속 연습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다만, 1분 자기소개 연습을 하다가 면접관 역할을 했던 여자친구 앞에서 머리가 하얘지고 준비한 멘트를 내뱉지 못하면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던 것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긴장을 많이 해도 수없이 연습하고 내뱉으면 입이 기억해서 이야기할 줄 알았지만 내 입은 보기보다 무거운 녀석이었다. 목에 무언가 걸리듯 말이 나오지 않아 당황하니 애써 정리했던 머릿속도 순식간에 어지러워졌다.


나의 처참한 모습에 여자친구는 많은 걱정을 했지만 내 속은 더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래야 미래의 계획이 진전이 있을 텐데...' 스스로 만든 무언의 압박감은 순식간에 마음을 무겁게 했고 준비했던 모든 게 쓸모가 없다고 느껴졌다. 결국 우황청심원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던 긴장감은 면접 때의 나의 멘탈을 뒤흔들었다.


올해 재도전하게 된 병원 행정직에 대한 내 마음 상태는 작년보다 훨씬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작년 면접 이후 심리 상담도 받았고 꾸준함을 이용해서 나에 대한 자신감을 기르고자 매일 쓰는 일기에 내가 잘하는 점, 나 스스로 괜찮은 점에 대해서 몇 줄 적어보기도 했다. 너무 뻔한 것 같아도, 남들도 다 하는 것 같이 느껴져도 일단 써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중요했다.


이번 면접에 대한 나의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저번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자기소개서를 보고 궁금했던 부분을 묻는 추가 질문이 1~2개 정도였다. 나올 거라 예상했던 나의 강점, 성격의 장단점, 어떤 상황에서의 나의 행동과 생각 등 타 기업에서 많이 나올법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 병원의 행정직 면접 후기를 찾아보는 건 거의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같았다. 겨우 찾은 몇몇 후기에서 파악한 바로도 내가 경험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면접의 흐름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를 가장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자기소개에 모든 걸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은 유튜브에 모의면접 영상이 잘 되어 있어 혼자서도 다수의 면접관과 면접을 보는 듯한 환경을 만들어서 연습할 수 있었다. 발성도 자신 있게 하기 위해 발음 연습, 입모양 연습을 충분히 하고 답변 연습을 했다. 긴 시간 동안 면접 보느라 지루할 수 있는 면접관들을 사로잡기 위한 키포인트가 되는 단어에 힘을 주고 전문성을 보여준답시고 어려운 단어로 도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기억해서 말할 때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멘트를 짰다. 화려한 말솜씨 연습보다 자신감 관리를 했다. 그렇게 면접일까지 계속 연습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면접일이 되었다. 병원 후문의 약국을 지나치기 전 우황청심원을 하나 먹어야 하나 생각 들었다. 하지만 저번보다 손떨림은 덜했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이젠 떨리는 마음을 스스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면접 대기장소에서 서류를 제출하면서 명단을 보니 나보다 8살 많으신 분도 계셔서 살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무원 경력을 탄탄하게 걸어오신 분이었다. 나 포함 총 6명이 한 팀이 되어 면접실로 들어갔다. 심평원에서 일하고 오신 분, 이전 직장에서 면접관들이 주목할 만한 의료행정 관련 업무 결과를 낸 분 등 멋진 경력들이 있으신 분들이 한 팀이 되었다. 내가 상대적으로 보여줄게 딱히 없는 보잘것없는 경력 같아 속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자기소개만 제대로 하자는 내 목표에 집중하기로 노력했다. 살짝의 떨림이 있었지만 생각대로 이야기한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번 면접은 분명히 저번과는 달랐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크고 최근 과장급 임원 3분이 나가시는 바람에 업무량이 늘어날 것이 보여서 더욱 답답한 상황이었다. 이럴 때 보고 온 면접이 한 줄기 빛 같이 지금 직장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마음이 붕 뜨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저번에도 우주의 온 기운이 나의 이직을 돕는다고 생각했다가 호되게 내쳐지고 상처 입는 것이 꽤나 오래갔기 때문에 지금의 들뜬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차라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제발 설 연휴 전에는 결과가 나오길...) 정신없이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들뜬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도록 말이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인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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