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푸름 Jan 22. 2024

[독후감] 쇼펜하우어, 당신이 준 따뜻한 선물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저 / 유노북스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마음에도 찬 바람이 드리우는 요즘입니다. 벌써 서른 번 넘게 사계절을 맞이했지만 쌩하고 지나가는 겨울바람의 심술을 막기 위해 온 힘 다해 옷을 여미는 건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 유독 이번 겨울이 춥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고민으로 인해 자신이 작게 느껴지고 고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의 상황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성과가 없는 장기간의 이직 준비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졌었습니다. 또,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각자 짝을 만나 미래를 계획하고 나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저 자신과 비교되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남들 앞에 자신감 없는 제 모습이 한심해서 작년에는 상담도 받아봤는데 다행히 그건 인생에 있어서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것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채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추천받은 책 덕분에 쇼펜하우어, 당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철학이라는 주제는 겉으로는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신기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지만 평소 철학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쇼펜하우어라는 당신의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기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번 경험이 생각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작은 변화의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책의 첫 장에서 나온 '인생사가 고통의 연속인 이유가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본성의 욕망 때문'이라는 말이 제 마음에 꽂혔습니다. 사실 이 한 문장 때문에 당신의 하는 모든 말에 관심이 간 걸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보다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하며 이겨내는 모든 고통들(시험준비, 업무성과, 대인관계 등)의 원인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욕망이라는 단순한 원리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던 현실적 어려움을 작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삶을 계획적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만이 전쟁 같은 인생을 버티고 사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약에 중독된 사람도, 자살한 사람도 지독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실을 회피하는 방법을 극단적으로 택한 안타까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이룬 것이 많은 어느 연예인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의 흐름들을 보면서 자살하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에 누구보다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당신의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자신 인생의 아름다움도 한발 물러나 멀리서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런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지금은 어느 한 시점 안에서는 상황이 안 좋을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우상향하는 그래프처럼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제 인생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몇 달간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서 오는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많은 글을 찾아봤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부업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당신이 보면 기겁할 만한 일들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돈을 벌기 위해서 글쓰기를 이용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돈 벌기, 블로그로 돈 벌기 등 글 쓰는 의미가 자기 성찰에서 벗어나 수익 창출에 무게가 실리게 되고 그로 인해 자극적인 표현과 주제들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블로그를 운영해보고 있어서 그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이야기하는지는 이해를 하고 있으며 그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자신의 주장이 글쓰기의 본질이라든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던 지라는 말들이 글쓰기가 가진 의미를 왜곡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듣고 맹신하고 공감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어느샌가 모르게 빠져 읽고 있던 글들도 그런 방식의 글들이었습니다. 조회 수가 높은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나도 저렇게 글을 써야 사람들이 많이 볼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쇼펜하우어 같은 글쓰기를 고집하는 사람이 드물다며 당신의 말을 인용하는 저자의 말이 씁쓸하게 느껴졌던 건 저 또한 글쓰기의 본질에서 벗어난 생각을 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의 말 덕분에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자기 성찰의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 나가기로 다시 한번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생각이 담긴 이 책을 2번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남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때 인간이 행복해진다’는 말이나 ‘부의 욕심을 줄이면 행복감이 늘어날 수 있다’는 말 등을 보고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쉽게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두 번째 읽으면서 당신이 그 말을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짚어보고 지금 내가 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욕망이라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지닌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에 해탈 같은 방법으로 없애버리는 방법은 불가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욕망에 떠밀려 살아가면서 고통을 받지만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수동적으로 사는 건 당신이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삶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것,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르게 갖추기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올바르게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일들을 당신의 언어로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던 삶의 진리를 다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주어진 환경이 나한테 가혹하고 힘들다고 불평하던 자신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과거를 후회하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는 모습에서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었는지 돌아봤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결과로 지금의 내가 있지만,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면서 자신을 깎아내렸습니다. 미래는 쉬운 길이 없는 것 같다면서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아마 상담 후에도 남아 있던 응어리가 바로 이런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나의 가치는 과거와 미래가 어떻든, 누구도 변질시킬 수 없는 나만의 것이라는 것을 당신이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후회와 불안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올 한 해 가장 중심이 되는 목표로 정해보려고 합니다.


 쇼펜하우어, 당신이 남긴 말로 저 같은 어떤 사람들의 삶의 목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부디 지금 계신 곳에서는 당신이 깨달은 것들을 어느 누구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저도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24년,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귀한 선물같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목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 저  자 : 강용수

· 출판사 : 유노북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