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 멘트 : 생에 감사해

by 신푸름

배우가 하고 싶었던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연극 공연에서 아역을 맡았고 늑막염에 걸릴 정도로 열심히 연극을 했다.

그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딸이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니 이렇게 이야기했다.

"좋은 배우가 되거라. 좋은 배우가 되면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라."


우울한 성품을 타고나 정신이 강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도전하거나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던 그녀는 수면제를 잔뜩 먹고 자살시도까지 했었지만 주변 사람들 덕택에 운 좋게 살아나기도 했다.


혼돈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도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그녀는 대학교 2학년 KBS 탤런트 공채 1기생으로 뽑혔지만 곧 동기들의 실력에 비해 부족한 자신의 연기에 실망해 그만두고 도망치듯 결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만난 고등학교 선배의 권유로 스물일곱 살, 연극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삶에 활기를 되찾으며 연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TV 드라마까지 진출하게 되고

<전원일기>, <모래성>, <겨울 안개>,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청담동 살아요>, <디어 마이 프렌즈>, <눈이 부시게>, <우리들의 블루스> 등 10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80세의 나이에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하는 대배우가 된다.


그 배우의 이름은 '김혜자'


배역을 받으면 온 힘을 쏟아붓는다는 김혜자는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집에서 널브러져 있을 정도로 연기에 집중했다. 연기를 하는 동안 살아있음을 느끼고 동시에 보는 사람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수많은 상들을 받았고 '국민 배우,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멋진 배우가 되었다.


2019년, 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받은 김혜자는 이런 수상소감으로 지켜본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화면 캡처 2023-05-15 164839.png 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김혜자


내가 할 대사를 모르고 연기를 한다는 건 본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사를 외우는 것이 예전 같지 않아 배우의 생활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올 것이 두렵다는 김혜자는

그럼에도 아직까지 외우게 해 주시는 신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어떤 역이 주어질 지만 생각하면 설렌다고 한다.


그래서 연기를 한다고 한다. 할 줄 아는 게 연기 밖에 없으니까. 이것이 가장 좋고, 언제나 가슴 뛰니까.

그렇게 연기를 할 수 있었기에 생에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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