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리더가 가져야 할 생각

심리상담 일기(7)

by 신푸름

지난 상담 시간, 자신감 스위치를 배웠고 써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오길 간절히 바랐으나... 사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다. 상담사님 일정으로 상담 시간이 일주일 더 미뤄지면서 충분한 시간은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적군에게 휘둘리는 게 지겨워서 이번엔 무기를 철저히 준비하고 제대로 제압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는데 정작 적군이 오지 않아 김 빠진 상황이랄까.


놀랍도록 평온한 2주가 지나고 상담 시간이 돌아왔다. 상담사님은 지난 시간 동안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 물으셨는데 이야깃거리가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상담사님은 그것이 디폴트(기본) 상태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것이 꼭 좋은 상태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만한 일이 없었을 뿐이라고 하셨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화가 나는 게 정상인 것처럼 특정 상황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껴야 할 때 정상적으로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다. '별일 없었으니까 내가 인성적으로 문제가 없어지고 온전해진 게 아닐까?'라는 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했다.


이번주는 '자신감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에 포커스를 두기 보다 나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고 알아가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상담사님 : 지난 시간 동안에는 자신감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는데요. 이번엔 질문을 바꿔볼게요. OOO님이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라는 나의 대한 시험을 본다라고 했을 때 상담 초기에는 몇 점 정도 알고 계셨던 것 같고, 지금은 몇 점 정도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100점 만점 기준에서요.


나 : 처음에는 40점 정도인 것 같고요. 지금은 한 55점 되는 것 같습니다.


상담사님 : 15점이 향상된 거네요. 그러면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알아서 15점이 늘어난 것 같아요?


지난 상담들을 통해서 내가 공감 능력이나 서번트 리더십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 일을 하다 보면 팀워크를 이뤄야 하는 환경에서 시너지가 나는 성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100점까지는 멀었지만 그래도 반 이상을 넘겼다는 느낌으로 지금의 상태를 15점을 올려 말씀드렸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부분은 이런 포인트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새롭게 알게 된 부분, 잘못 알았다가 제대로 알게 된 부분들을 파악하다 보면 나에 대한 자기 이해도가 높아지게 되고 그것이 자기 신뢰, 확신이 생기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내가 15점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 들으시고 상담사님은 그런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중점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상담사님은 내가 지난 시간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해본 내용 중에 동아리 전국 수련회에서 1등 조장이 된 부분을 들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어떻게 1등이 되었는지 굉장히 궁금해하셔서 과거의 기억들을 살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 바닥부터 시작한 리더의 자리, 준비 과정


그 수련회는 내가 리더가 되고 처음 참석해 본 수련회였다. 리더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독교 동아리이지만 해당 교리를 충분히 배우고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개최된 수련회지만 참석자 수가 많지 않아서 조장이 될 리더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신앙 햇수로는 몇 개월 되지 않은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수련회 전체적인 틀은 초청 목사님의 강의, 조장들이 직접 교육하는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등 짜인 일정 속에서 조장을 포함한 조원들이 모범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면 조별 점수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받은 점수를 합산해서 마지막 날 모범 조, 모범 조장 상을 주고 축하해주는 형식이었다.


수련회 조장이 되려면 조장 교육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때 했던 것 중 가장 생각에 남는 건 성경 전체 내용을 핵심 단어들을 나열해서 연상기법처럼 해당 단어에 동작을 곁들어 외울 수 있도록 만든 교육이었다. 다른 조장들은 이미 교회에 어릴 때부터 다니신 분들이 대다수였고 나는 성경을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2박 3일 정도 되는 교육을 들으면서 '나는 기독교 교리에 대해서 아는 건 바닥이니까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배운 것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알려주자. 저 사람들도 수련회비를 내고 오는 사람들이니 그 돈이 아깝지 않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오기를 가져보기로 했다. 솔직히 적당히만 해도 상관없었다. 그게 나중에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무언가도 아니었지만 목표는 단순하게 '신앙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보다 더 잘하자'로 잡았다.


조장교육 때, 조원들에게 제공되는 교재를 먼저 공부할 수 있도록 제공했는데 해설집같이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자세하고 많은 내용이 들어가도 제대로 보는 사람은 많이 없다. 핵심 단어들 위주로 이루어진 교재들이어서 그것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바로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조원들이 교육 이후에도 기억을 조금만 더듬으면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단어만 나와있는 부분에 보충 자료처럼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나만의 교재를 따로 만들었고 그걸 조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단어에 연결되는 동작들을 완벽하게 외우는 건 기본이었다. 교재에 나온 내용을 누가 물어본다면 적어도 조장 교육 때 배운 내용은 바로 나올 수 있게 준비했다.


2. 수련회, 리더로서의 첫 경험과 느낀점


수련회 당일이 되어서 만난 조원들은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낯을 많이 가리거나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교육을 따라오지 못하고 흥미를 잃으신 분들도 없었다. 다행히 좋은 분위기의 조원들을 만났고 합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는 많은 교육들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수련회 저녁에 조장들이 모여서 피드백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들 불만이나 어려움점을 한두 가지씩 토로하셨는데 나는 전혀 할 것이 없었다. 내가 딱히 한 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조원들에게 배우는 점도 많아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수련회 마지막 날, 모범 조와 모범 조장이 발표되는 시간, 모든 상을 차지한 건 우리 조였다. 그때 내지른 포효는 아직도 생각난다. 다른 사람 눈치를 잔뜩 보는 내가 터트린 강한 리액션이었다.


상담사님 : OOO님은 첫인상은 오기나 독기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이끄는대로 끌려다니는 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상담을 하면 할수록 굉장히 새로운 모습이 많은 사람이네요. OOO님은 자기를 표현하거나 알리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정말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칫 잘못하면 밋밋해 보이는 도화지 같은 사람이라서 채색을 입혀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스스로가 자기 모습을 인정해야 표현이 가능한 거거든요.


상담사님은 내가 한 말 중 '나는 한 게 딱히 없었고 조원들에게 많이 배웠다'라고 한 부분이 귀에 들어왔다고 하셨다. 조장은 전략을 세우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인데 그것이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한 말은 조장의 역할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했다. 조장인데 한 게 없고 가만히 있으면 뻘쭘한 일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조장으로서 어떻게 조원들과 상호작용을 했는지 설명을 해야 했다.


나 : 저는 사람들 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친분 쌓을 시간은 많이 없었던 것 같고요. 대신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을 하자고 생각해서 나만의 교재를 준비해서 준비성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분들이 수련회비를 들여서 여기까지 온 만큼 얻고 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그 이후에 나오는 결과들은 제 능력이라기보다는 조원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했어요. 조원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한 것은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도 열심히 해줘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 같은 리더의 입장인 조원들도 있었는데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포용해 주고 의견을 맞춰주시는 부분이 배울 점이라고 느꼈어요. 조장들이 교육을 하는 시간에 조원들이 못 따라오면 리더급 조원들이 1:1로 가르쳐주기도 했거든요. 리더라는 자리에 처음 있다 보니까 누군가를 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같은 조원이었던 리더들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상담사님 : OOO님은 자신이 만약 제3자 입장에서 OOO님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인상 깊은 부분들? 이런 부분말이에요.


내가 나의 좋은 부분을 말하는 게 어색하긴 했지만 자기 자신만 보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관찰할 정도로 시야가 넓다는 것,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주눅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는 능력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 좋은 부분들이 아닐까 답했다. 상담사님은 그런 부분들을 자신이 이야기하면서 어떤 기분이 드냐고 물어보셨는데 내가 말한 것들이 요즘의 나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부분인 것 같다고 했다. 당시의 나는 리더를 했을 때였지만 지금은 누군가를 이끄는 입장은 아니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대로, 지시대로 따라야 하는 자리여서 그때의 좋은 부분들이 나올 상황은 거의 없었다. 주변을 넓게 보고 주변사람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는 모습들은 요즘의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오늘의 나를 보더라도 병원 사람들에게 관심 갖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했고 정해진 일만 하고 돌아왔다. 처음에는 이렇게 간섭 없는 분위기가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불편했다.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존중과 배려가 없다는 느낌이다. 상담사님은 나는 팀워크가 잘 이루어지는 곳에 가야 하는 능력이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3. 리더로서 가져야할 마인드


상담사님은 곧바로 내가 리더로서 주변 사람들을 이끌어 갈 때 가져야 한 마인드로 중요한 부분 2가지를 언급했다고 하셨다.


첫 번째는 다들 뭔가 얻고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상사들이 위에서 시켰으면 해야지 하면서 업무를 시키지만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요즘에 'MZ세대들은 자기 마음대로야'하면서 젊은 세대 직장인들을 비꼬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그 말을 하시는 윗분들 스스로가 '직원들이 일할 동기'를 주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조원들이 뭔가 얻어갈 수 있도록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만큼은 준비를 많이 했고 내가 못하는 부분은 조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조장이 열심히 가르쳐주는 교육 듣고 따로 교재까지 만들어온 정성을 보는 조원들은 조장의 열심과 노력을 알아줄 수밖에 없다. 조를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잘 이끌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면 조원들도 마음이 동조되어 같이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은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본성이기 때문이다.


상담사님은 상담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안 좋은 평가를 내리고 나쁜 소리 할까 봐 불안감이 올라오고 억울한 감정도 올라오는 모습을 알게 되었는데 그런 모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하셨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잘 해내고 나머지는 조원들의 능력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요했다. 내가 노력하고 흔든다고 해서 누가 어떤 역량이 갑자기 생기고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니 말이다. 상담사님이 상담했던 직원들은 자신들의 팀장이 아무것도 안 하고 업무를 다 밑에 떠넘긴다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팀장의 모습을 이야기할 때도 있다고 했다. 팀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모습의 모델을 보여준 것 같다며 수많은 직원과 팀장들을 11년간 상담한 입장에서 나에 대해 또 다 멋진 부분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이번 상담을 마무리 지으면서 교육을 하거나 업무를 지시하는 자리의 사람이라면 생각해야 하는 포인트 세 가지에 대해 강조해 주셨다.

① 이 교육(업무)을 받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②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를 하면 될까?

③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했으면 나머지는 교육(업무)을 받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본인은 몇 년 동안 고생하고 통찰해서 알아낸 부분을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인상깊어하셨다. 상담이 끝나고 많은 칭찬을 받은 것이 힘이 나기도 했지만 내가 경험해서 알아낸 것들을 지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지금의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고 사람들과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나를 부각시키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의욕이 없다고 인생 다 산 사람처럼 널브러져 있을 순 없으니까.

오늘의 상담으로 생각나는 한 마디는 이것이다. 나는 정말 멋진 사람인데 세상 풍파로 뿌옇게 흐려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많이 왜곡되어 있어 작아 보이는 저 모습을 진짜 내 모습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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