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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름 Jun 27. 2023

감사일기 쓰는 중입니다

몸과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감사일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식단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한 몸에 자신이 있었던 터라 검진 결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결과가 나왔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이상이 있었다. 부정맥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더 큰 이상은 없는지 심장 전문 내과에서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작은 기계에 연결된 선을 몸 여기저기 붙였는데 떨어지지 않게 신경 쓰느라 불편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다음 날 의사 선생님께서는 부정맥은 맞는데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없으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하셨다. 부정맥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안심시켰는데 나는 왠지 내 안에 폭탄이 하나 자리 잡은 느낌이 들어서 찝찝했다.

여자친구는 부정맥에 대해 나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 여자친구가 어떤 도움을 줘서 부정맥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행동, 예를 들어 장난식으로 갑자기 놀라게 하는 행동은 되도록 안 하려고 했다.


2주 정도 전에 여자친구가 어떤 책을 읽고 부정맥 완화에 좋은 방법이라면서 감사일기를 해보자고 했다. 감사일기를 쓴다고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에 안정을 준다는 말은 처음 들어서 반신반의했다. 연관성이 너무 없어 보이는 생뚱맞은 말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감사일기와 심장 박동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실제로 있었다.


미국의 하트매스 연구소에서 했던 연구결과 중 화나고 불만스러울 때와 감사할 때의 심장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불만이 가득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콜레스테롤이 분비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혈압이 올라갔다. 하지만 감사할 때의 심장은 편안하고 규칙적인 심장 박동 패턴을 보여줬다. 그 외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연구한 사례들이 많았다.


감사하는 마음이 가져다주는 편안함, 여유로움은 육체적인 건강함까지 가져다준다는 말은 예전부터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 하루에 하나씩 감사한 일을 찾아보곤 했었다. 그런데 그 한 가지 마저도 찾을 수 없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땐 욕 한 바가지 시원하게 내뱉으면서 '오늘은 참 뭐 같은 하루였네. 내일이라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으로 잠들곤 했다.


감사일기 쓰는 방법은 인터넷에 '감사일기'라고만 쳐도 관련 글이 수없이 많이 나온다. 감사일기는 꼭 손으로 써야 한다, 하루에 몇 개 이상을 써보자, 간단하게라도 꼭 적어라 등등 많은 조언이 있었지만 나는 나만의 규칙을 정하기로 했다. 하루에 감사한 일 5가지 이상 쓰기,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 전후 상황을 간단하게라도 써놓기. 너무 많은 규칙을 정해봤자 지키는 데에 스트레스받을 거라서 이건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것만 지키리고 했다. 나는 이렇게 감사일기를 써봤다.

감사일기 쓴 지 2주가 되어간다.
'유튜브에서 보게 된 돈가스 가게에 방문하려고 했으나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려는데 영상에서 뵀던 여 사장님께서 뛰어나오시면서 쿠폰을 주시고 고생해서 오셨는데 죄송하다고, 다음에 꼭 와달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버선발로 뛰어나오셔서 안내해 주시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저녁에 끓어오른 식욕으로 기름진 걸 시켜 먹고 싶다는 충동이 너무 강했는데 산책을 다녀오면서 식욕을 잘 억제시키고 간단하게 먹고 넘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감사일기를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보통 '오늘 하루 어떤 것이 감사했는가?'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하루가 지나간 것 같은데 감사한 게 뭐가 있지 싶은 것이다. 감사일기를 계속 쓰다 보면 느끼는 것도 있다. 마치 군대에서 했던 '식사에 대한 감사기도'가 하면 할수록 무뎌지는 것처럼 반복되는 감사함이 있는 것 같아서 식상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 똑같은 걸 쓰더라도 감사함을 느꼈으면 감사일기를 그날 처음 쓰는 것처럼 적어 넣었다. 나는 아침마다 가볍게 러닝을 하는데 날씨가 좋아야 밖에서 운동을 할 수 있기에 날씨 좋은 것이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적는다. 전에는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끼는 일정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사소하지만 감사함까지 느껴지는 일정이 되었다.


이렇게 2주를 매일 적어나가다보니 뇌에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감사일기를 적어야 하니까 의도적으로 찾는 건지, 그렇게 생각회로가 조금씩 바뀌는 건지 모르겠지만 좋은 변화이기에 계속하게 된다. 정작 부정맥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부정맥 때문에 시작한 감사일기가 삶 자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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