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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석 Mar 10. 2023

어느 특별한 결혼식

2009년 11월 경기도 고양에서 세계역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열흘간 개최되는 대회의 조직위원장으로 대회 준비로 바쁘게 지내고 있을 때 특별한 분들로부터 아주 특별한 부탁을 받게 된다. 역도 경기가 열리고 있는 경기장에서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리고자 하는 소망을 어떻게든 이루고 싶어 하는 역도인 예비부부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독일 출신 칼 림벅(당시 59)씨와 오스트리아 출신 카타리나 페이야(당시 57)씨였다.

국제역도연맹 기술 임원으로 1990년 유럽 다뉴브강 유역 7개국 역도대회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01년 터키 안탈리아세계선수권대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하여 이후 역도대회가 열릴 때마다 만나 사랑을 키우며 백년가약을 맺기로 굳게 언약을 했지만 결혼식은 쉽게 올릴 수가 없었. 결혼식을 특별하게 치르고 싶은 소망이 그들의 결혼식을 가로막은 것이다. 역도인답게 전 세계 역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도대회 경기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 그 소중한 바람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역도 경기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결혼식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양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 참여한 두 사람은 혹시라도 이번에는 자신들의 을 이룰 수 있을까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그 뜻을 조직위원회에 전달했고 그들의 소망은 대회 조직위원장인 내게 자연스레 전달이 되었다. 그들의 그 간절한 소망이, 그 꿈이 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궁금했다. 국제대회 규정이 결혼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간의 어떤 관행이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인지 확인부터 해야 했다. 실무진들은 역도경기장에서의 결혼식이 안 되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소망을 우리가 이루어 주도록 노력해 보자고 실무진들과 뜻을 모았다. 당시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타마스 아이얀 국제역도연맹회장과 여무남 대한역도연맹회장께 이들의 애틋한 사연을 말씀드리고 우리가  분들의 소망을 이루어주자고 제안을 했다. 두 분 모두 흔쾌히 그렇게 하자면서 역도경기장에서 결혼식을 치르지 못할 어떠한 문제없다고 했다.

이후 이들의 결혼식은 일사천리로 추진이 되었다. 먼저 11월 25일로 결혼식 날짜를 잡고 예식 시간은 경기 시작 직전으로 잡아 관중들이 자연스럽게 결혼식 하객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결혼식장은 대회조직위원회가 꾸미면 될 일이었다.

꿈에도 그리던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기쁨에 겨워 나를 찾아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허락해 준 데 대해 고맙다 이렇게 쉽게 될 수 있는 일이 왜 다른 대회에서는 그렇게 성사가 어려웠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어렵게 치르게  결혼식을 조직위원장이 집전해주었으면 하는 자신들의 소망 또한 꼭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때까지 결혼식 주례 경험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어 서툴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주례를 맡겠다고 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결혼식 주례를 법으로 금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법상 문제는 없었던 것이다. 타마스 아이얀 국제역도연맹회장과 여무남 대한역도연맹회장 또한 두 사람 결혼식 증인을 기쁜 마음으로 서겠다고 약속을 했다.

새하얀 천과 수많은 꽃으로 장식을 한 역도 경기장은 그 어떤 결혼식장 못지않게 아름답고 화려했다. 역도경기를 관람하러 온 관람객들이 결혼식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장을 꽉 채운 수많은 관중과 경기 진행자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하객이 되어주었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 예복을 역도경기 때마다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예복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아름답게 예복을 차려입은 신랑 신부가 입장할 때 관중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로 신랑, 신부를 맞아 주었다. 검은색 정장으로 단장한 신랑과 아이보리색 정장으로 드레스를 대신한 신부는 어느 신랑 신부 못지않게 늠름하고 아름다웠다.

‘오랜 시간 지키고 간직해 온 그 사랑 변치 않고, 늘 상대에게 감사하고 배려하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라’는 요지의 주례사를 했다. 고양시립합창단이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로 결혼식장을 한껏 달구었다. 신랑 신부는 축가에 맞추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왈츠로 결혼식장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다음날 이들 신랑 신부는 상기된 모습으로 조직위원장실로 나를 찾아왔다. 결혼식을 허락해 주고 일생 잊지 못할 멋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갖가지 준비를 다해준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신랑 신부에게 결혼식 사진을 담은 앨범과 DVD를 전달하자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앨범과 DVD를 만들 수 있었느냐며 두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기뻐 어쩔 줄 몰라했다.

이들 부부는 당분간은 사정이 있어 함께는 살지 못하고 두 나라에 떨어져 있는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은 주례자가 꼭 자신들의 집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그들의 결혼식처럼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했다.

이후 그들의 소식은 듣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아니면 제3국에서 신접살림을 차리고 대한민국 고양에서 치른 아름다운 결혼식 이야기를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들도 벌써 고희를 넘기고 있을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주 이쁘고 멋지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을 그들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고양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고양시청 장미란 선수는 75Kg 이상급에서 합계 323Kg을 들어 올려 예상대로 금메달을 땄고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달성해 여자부 베스트 리프터로 선정되어 기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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