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대한 의존성과 금단증상, 없는 약이 있을까?
내가 복용한 약은 렉사프로, 리보트릴.
증상은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복용 양은 소량이었다.
지난 화에서 나는 일지를 쓰며 한계에 도전하며 공황을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적었었다.
어제 우연히 보게 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비 약’을 다루는 것을 보며 문득 나는 내가 공황 장애 약을 단약 하던 때가 생각이 났었다.
분명히 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환자분이 드시는 약 중에 렉사프로는 기준치의 절반 수준인 1알, 리보트릴은 반알으로 한 번에 끊어도 별 문제가 없으실 거예요.”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그래도 약을 먹은 기간이 있기 때문에 너무 갑자기 끊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단약 후 상태를 지켜보자고 하셨었다.
5개월가량 약을 먹은 상태였기에 쉽게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오산이었다.
머릿속에서 전기가 튀는 것 같은 느낌과 찌릿찌릿한 느낌, 눈앞이 번쩍하는 듯한 느낌, 식은땀과 긴장감, 비현실감이 총체적으로 몰려왔었다. 당시에 나는 일을 하던 중이었는데, 틈틈이 카페나 메모지에 나의 증상을 적으면서 기록을 해 왔었다. 워낙 생각나면 잡히는 대로 적었던지라 일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찾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극 소량의 약 복용, 그리고 비교적 단기간 복용했음에도 부작용이 심했다. 약에 대한 의존성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인 리보트릴이 더 심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나는 당시 리보트릴은 간헐적으로 증상이 심할 때만 복용 중이었기 때문에 원인이 렉사프로에 있음을 확신했다.
“선생님, 저 단약 하고 긴장도 많이 되고 눈앞에 번쩍 거리고 머릿속에 전기가 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렉사프로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갑자기 단약을 해서 환자분께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다시 복용을 하고 천천히 단약을 시도해 보죠.”
그렇게 다시 약을 복용하다가 몸의 반응을 속이는 목적으로 천천히 단약을 해 보기로 했다. 매일 한 알을 먹던 약을 이틀, 삼일, 일주일 간격을 두고 끊어보기로… 며칠은 약을 다시 복용 했었다. 하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기에 며칠 만에 나는 다시 마음을 먹었었다.
‘기왕 이렇게 끊기로 마음먹은 거 이 악물고 끊어보자. 이렇게 단 기간 소량으로 복용했는데도 부작용이 심하다면, 더욱이 극복할 수 있다고 마음먹고 끊는 것이 나아.’
그렇게 2주 정도 금단 증상과 약을 다시 복용하고 싶은 의존성과 싸웠던 것 같다. 총 한 달 정도는 간간히 증상과 싸우며 일지를 쓰며 하루하루 내 몸과 정신을 관찰하며 약과 멀어져 갔다.
2017년 가을 단약에 성공한 나는 지금까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약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의사 선생님 덕분에. 그리고 내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가도 잘 들어주신 의사 선생님 덕분에 나는 완치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몸 안에 약이 들어오고 나가고의 문제가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황장애 환우들은 약 자체가 몸에 작용하는 부분을 넘어서 신체의 변화에 예민한 성격 탓에 단약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증상들이 가상의 환각 같은 증상이 아니라 실제 신체 반응이기 때문에 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약에 대한 의존성을 키우는 것보다
내 안의 영혼을 갉아먹는 불안을 조절하는 것이
더 낫기에.
혹시 단약을 결심했다면 포기하지 말고 평소 패턴대로 단약을 끈질기게 시도 해 보길.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증상이 두려운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좌절할 필요 없다. 우리에게 기회는 1번뿐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말에 집중해서 쓸데없는 공포심을 키우지 말길 바란다. 부작용은 누구에게나 나타 날 수 있다. 다만 영원히 그 부작용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확신을 갖고 용기를 갖고 내 몸의 변화를 천천히 관찰하며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몸으로 면역을 키워 이 지랄 맞은 병을 잘 극복 해 보길. 그리고 자유하길.
공황장애, 누군가는 완치를 해 낸 병이라는 것에 용기와 희망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