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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Jan 30. 2023

긴자 츠타야 서점(蔦屋書店)에서 이토야(Itoya)까지

[소소한 시간]

긴자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퍼졌다. 정각 12시를 알리는 시계소리다.

멀리 건물 꼭대기에 시계탑에서 나는 소린가. 명풍거리인 긴자를 폼나게 걸어본다.

언제 이렇게 누비겠는가. 곳곳을 걸어 다녀도 명품숍이 숨어 있는 화려한 건물만 봐도 재미가 있는 곳이다.

오늘은 비 온후 갠 맑은 날씨로 걷기에는 최적이다.

도쿄 오면 꼭 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한동안 카페를 준비할 때는 갓바바시와 지유가오카, 키치조지, 신주쿠를 많이 다녔다.

요코메시장도 가고 오모테산도, 다이칸야마, 시부야 골목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주방용품, 카페음료까지 시장조사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애착의 장소가 생겼는데 그중의 하나가 잠시 쉬어가는 서점이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도 즐긴다.

찾는 작가의 글이 아니면 책 선택의 기준은 첫 표지를 보고 앞장을 넘긴다. 그만큼 책표지는 사람의 마음을 끈다. 책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색감도 보고 디자인도 본다. 물론, 내 기준이다.

츠타야 서점은 시부야의 스크램블로 유명한 곳에 있다. 이번에는 하루 종일 앉아 있으려고 하는데 할 수 있을지, 아직 많이 남았으니 꼭 가야지.  

지금은, 긴자니까.

긴자식스에 있는 츠타야 서점으로 올라갔다. 에스컬리에터부터 따뜻한 조명이 스며들어 온기가 있다. 

츠타야는 비디오, 음반 렌털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복합 공간'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일본 어디의 거리를 걸어도 지역에 따라 동네 서점처럼 규모가 작은 공간도 만날 수 있고 큰 서점도 볼 수 있다. 긴자식스는 중간규모로 맞은편엔 역시 스타벅스가 위치했다. 





서점에는 작은 전시관도 있는데 이번 작품은 일본작가 '오타케 신로'의 판화작품이다.

겹겹이 입힌 작품을 보며 하나씩, 둘씩 덧대다 보면 선명해지기도 하지만 불투명해지도 한다.

의미를 알 수도 있고 아무리 봐도 낙서 같은 작품도 있다.

작가는 모든 작품에 의미를 부여했을까.

가끔은 '무제'라는 작품명도 있듯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매번 하나로만 정의가 되겠는가.

글은 읽다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으면 '난해하다, 그렇게 밖에 못 쓰냐.'며 작가의 심오한 뜻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인데 그림은 그 세계가 그러려니 하며 너그럽게 넘어간다.

그러면 나도 그림을 그려볼까.





츠타야 서점은 동선도 좁지 않아 책을 높이 꽂아도 답답하지가 않다. 크리스마스 캐럴까지 조용하게 흘러 감정선까지 편안하게 잡아준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다. 

카페를 준비하며 책을 많이 샀다. 몇 년 전에는 다이칸야마의 츠타야에서 쿠키 책 3권을 구매한 적이 있다. 

일본어지만 너무 맛있어 보였다. 지금도 서 있는 곳이 음식코너다. 콩으로 만든 책자가 눈에 띈다. 

에티오피아라는 원두책도 종이 재질이 너무 좋다. 

나도 다음에 이런 책을 만들고 싶은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두께에 비해 책가격은 꽤 나간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들은 기본적으로 25,000원 이상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다시 와야겠다. 

다른 건 몰라도 책 3권은 눈에 담고 찍어서 보관했다. 일본어든 영어든 상관없다. 

책은 가지고 있는 건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받고 행복하다. 

쌓아두면 언제든 읽게 되고 책꽂이에 있어도 그때를 추억할 수도 있고 여러 책들과 어울려 무지개색을 내는 건만으로도 좋다. 외롭지 않을 테니까.  

다음엔 시부야로 넘어가 책냄새를 맡으며 여행을 마무리해야지.





밖으로 나와 걷는데 다시 은은한 종소리가 울린다.

또 정각 오후 3시다.

와코 백화점 시계탑 Wako(SEIKO House Ginza)가 저기 있구나. 기념인데 사장 한 장 찍었다.   





긴자 왔는데 '이토야'를 지나칠 수는 없지. 문구덕후로 바로 직진이다. 

1904년에 문을 연 도쿄 최초의 문구점으로 없는 것 없이 다 있다. 붓펜을 사고 싶었는데 혹시 있을까. 

1층은 유쾌한 캐럴음악과 함께 활기가 넘친다. 반짝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엽서와 카드가 얼마나 이쁜지 탐난다. '절제하자'를 외치며 붓펜을 찾았다.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개당 330엔으로 가격도 비싸지 않아 6개를 구매했다. 세트로 구매하고 싶었는데 실사용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 여행에는 짐가방에서 몇 번을 빼고 넣기를 반복한 노트북과 오일파스텔을 가져왔다.

노트북은 여행기록을 정리하기 위해서고 파스텔로는 감정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다. 

그렇다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아니다. 

줄 긋기 정도의 수준으로 볼품없지만 여행은 하지 않는 것도 하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면 된다.

못 하는 사람이 장비 탓한다고 하는데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붓펜으로 글씨도 쓰고 싶었다.

'이걸 꼭 굳이 여행 와서 해야 돼?'하고 돼 물을 때가 있지만 하고 싶을 때 해야지. 

다음에 하려고 하면 하기가 싫다. 





하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이제는 해도 되지 않을까.

인생이란 게 살고 싶다고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프지 말자'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소신껏 살고 싶다.

무서운 것도 없다. 나이가 들며 드는 생각으로 좋은 점도 있다.





나에게 여행이란,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바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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