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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Jan 24. 2023

11월 도쿄는 너무 덥다

[긴자_무인양품_비가 와도 왜 뜨거운 거니]

속초에서 너무 추웠던 걸까.

늦가을로 접어들며 일찍 강추위가 찾아와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며 중간 패딩을 꺼내 입었다.

도쿄 가면 얇은 재킷 하나 살 생각이다. 11월 중순이 넘어 도착 한 도쿄는 너무 더웠다.

20도가 훌쩍 넘는 날씨에 도저히 패딩을 입을 수가 없다.

나만 긴 패딩으로 다니다 보니 얇은 셔츠하나 입은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레 눈치를 보게 된다.





청자켓도 걸치고 얇은 점퍼, 바바리, 경량 패딩도 입고 다닌다.

유심히 보니 기장이 긴 옷보다는 짧은 옷을 선호하며 심플하다.

그래서 더 내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어제 유니클로에 갔는데 경량 패딩은 '작년 상품 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상 두 개가 전부다.

남자 옷은 색상도 다양한데 지금 입고 온 옷과 종잇장 두께의 차이만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다.

비도 오는 날인데 빈손으로 발걸음 무겁게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비가 그치고 다시 오후에 긴자로 갔다.

무지(MUJI) 스토어가 1~5층까지 있어 다양한 품목들로 기대감이 컸다. 오늘은 꼭 사야 하는데.





1980년도에 설립된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상품을 판매하지만 도쿄에서는 식당부터 2019년 4월 오픈 한 호텔까지 한 곳에서 쇼핑, 식사, 숙박까지 없는 게 없다.

영어로는 'no-brand quality goods'로 번역되지만 한자권이 아닌 국가는 일본어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むじるしりょうひん)의 앞의 두 음절을 따와 '무지(MUJI)'라는 상표를 사용한다.

'무지루시(無印)''브랜드가 없다' '료힌(良品)'은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도쿄 오면 자주 가는 곳인데 오랜만에 눈이 호강한다. 1층에는 베이커리와 카페도 있고 레트로 음식 파우처와 싱싱한 야채도 판매한다. 야채 판매라니 정말 판매의 끝은 없는 건가. 장까지도 볼 수 있다.





일본 여행을 하며 느끼는 것은 '다양함'이다. 그 다양(多樣)은 어느 한 곳에만 있지 않고 뻗어 나간다.

그렇다고 상품이 허접하지도 않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고객들을 유도하며 만족감을 준다. 우리나라는 백화점에 각각의 브랜드가 입점을 한 것이지 한 브랜드로서의 영향력이 얼마만큼 그 몫을 할 수 있을까.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닌데 한 번쯤은 기업에서 시도해 볼만도 하지 않을까.

올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을 하는 공간이다.





3주 동안의 여행으로 얇은 겉옷이 필요해 부지런히 둘러보고 연카키로 짧은 점퍼를 구매했다.

평소에 짧은 옷을 선호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긴 패딩을 입는 사람이 1%로 되지 않는 곳에서 너무 튄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덥다. 참을 수는 있는데 가볍게 다니면 더 좋겠지.

바로 벗었다. 얇은 청록색 티도 한 장 구매했다. 역시 옷은 깔맞춤이다. 택스 프리(Tax-free)도 가능해 소비세만큼 금액도 차감돼 돈은 썼지만 개이득이다. 쇼핑백이 100엔이라는 말에 괜찮다며 시장바구니를 꺼냈다. 혹시나 해서 마트 갈 때 가려고 챙겨 왔는데 옷을 담았다.





두꺼운 패딩을 벗고 가볍게 긴자거리를 걸었다. 6만 원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어디든 갈 수 있다. 며칠 동안 계속 걸으며 몸이 많이 부었는데 다시 걷고 있다.

긴자는 명품 거리로도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볼만한 건축물도 많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걷고 싶다.

이런 게 여유가 아닐까.

3박 4일이면 바쁘게 어딘가가를  다녔겠지만 어제부터 내린 비는 점심때쯤 그쳐 호텔에 머물며 정리도 하고 쉬기도 했다.





그래도 4시간을 넘게 긴자를 돌아다녔다. 홍차 전문점'마이아쥬프레'를 가보려고 했는데 쿨하게 패스한다.

다시 오면 되지.

내일 오전 7시에는 열차 타고 아타미로 가야 한다.

짐도 다시 싸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사람구경 잘했다.





나에게 여행이란,

더우면 옷도 사고 추워도 옷을 사고 발품을 팔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그리고 지금을 오롯이 즐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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