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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Aug 11. 2021

막내 공주 '블루(blue)'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인어공주']

타히티의 보라보라 섬, 매일매일 무지개 빛깔로 빛나는 바다를 제일 먼저 만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 어딘가에는 언제나 행복할지 알았던 인어공주 가족이 오래전부터 살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막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하늘나라로 떠나며 조금씩 바다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반짝반짝 빛나던 바다는 점점 검푸른 잿빛으로 변해 ‘인어 왕국’의 다른 인어들도 하나, 둘씩 섬을 탈출하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막내딸의 열다섯 번째 생일날, 인어 왕국의 왕인 아빠도 이제는 결정을 해야 했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마땅한 다른 해결책도 없어 가족회의 끝에 이곳을 떠나기 전 마지막 시간을 즐겨보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은 딱 5일이다.

아빠는 왕국의 절대적 지주로 위치를 확인하며 시간차로 인어들의 이동경로를 계획했고 다섯 딸들은 ‘보라보라’ 섬 가까이로 여행을 떠났다. 그중 막내 공주 ‘블루’는 이곳을 떠나는 슬픔보다는 생애 첫 여행에 많이 설렜다.





첫째는 붙임성도 있는 활발한 맏이로, 먼저 헤엄치며 동생들을 안전하게 섬으로 인도했다. 도착 후 둘째, 셋째는 호기심이 많아 정박 중이던 유람선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넷째는 겁이 많아 간혹, 바위로 올라 언니들과 동생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막내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주변을 구경하다 보니 언니들과 헤어졌다.


유람선의 화려한 조명은 저녁때 빛을 발하며 아름다운 왈츠 선율과 함께 무도회가 시작됐다. 밤이 되니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왕국에서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환상적인 무대가 열렸다.

아름다운 무도회를 처음 본 블루는 너무 신기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중 파란빛을 뿜어내는 천사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블루’는 바로 바다로 몸을 숨겼지만 그 천사는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다음날도, 딸들의 모험은 시작되었고 막내는 그날 밤 다시 언니들과 유람선으로 갔다. 언니들한테 ‘천사’를 봤다며, 함께 가보자고 한 것이다.

언니들은 믿지 않았지만 화려한 조명에 왈츠를 추고 있는 먼저 하늘로 떠난 ‘엄마’를 봤다.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고 있는 사랑스러운 엄마를,

막내는 얼굴을 모르지만 언니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언니들은 막내에게 그동안 슬픔을 참으며 잊고 지냈던 그리운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기 춤추고 있는 파란 눈을 가진 제일 예쁜 천사가 엄마라고.

눈물을 흘리며 막내는 “엄마를 꼭 한번 만나고 싶어. 난 엄마한테 마지막 인사도 못 했잖아.”

언니들은 인어 모습으로는 만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첫째는 방법이 있다며 마음속에 숨겨놓았던 말을 꺼냈다.

“막내야! 한 가지 방법이 있어. 하지만 만약, 엄마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면 넌 인어로도 돌아올 수 없어. 물거품이 될 거야. 우리도 만날 수 없을 텐데,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니?” 

막내는 주저하지 않았다. “언니, 엄마는 나를 알아볼 거야. 어떻게 나를 잊겠어.”


다섯 인어공주들은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 대소사를 주관하는 왕할머니를 찾았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약을 만들어 달라고 졸랐다. 왕할머니는 손녀딸의 위험에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파란 물약’ 한 병을 매고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블루와 함께 공주들은 다시 섬으로 떠났다. 유람선 앞에서 파란 물약을 마신 막내 블루는, 날개가 달린 천사 모습으로 바뀌며 밤이 될 때까지 창고로 숨었다. 천사들의 만찬은 어둠이 짙게 내리는 까만 밤에 시작되기에 두근두근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렸다.





밤하늘의 별빛들은 오늘이 인어공주 ‘블루’의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반짝반짝 하늘을 수놓으며 달님과 함께 앙상블을 연주하듯 온 힘을 다해 화려한 팡파르를 멋지게 울렸다.

이제 엄마를 만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신호가 켜진 것이다.

천사가 된 인어공주 블루는 왈츠에 맞춰 춤을 추고 파트너에 몸을 맡기며 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음악이 끝나고 천사‘엄마’가 먼저 말을 건넸다. “춤을 너무 아름답게 추는구나. 눈이 정말 빛나.”

엄마의 음성을 들으니, 블루의 파란 눈은 별빛으로 더 빛났다. 울지 않기 위해 꾹 참다 보니 목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첫 만남은 이렇게 끝났다.


엄마는 춤추는 걸 좋아했다. 점점 시곗바늘은 밤 12시에 다가오는데 블루는 아직 별다른 말도 하지 못했다. 말없이 바다만 보고 있는 막내 곁으로 다시 엄마가 다가와, “혹시, 이름이 뭐니?”  

울음을 참고 떨리는 목소리로, “블루(blue)에요.”

잠시 정적이 흐르며, 엄마가 말을 이어갔다. “블루? 우리 막내딸 블루? 블루가 맞니?” 

엄마를 닮아 파란 눈을 가진 막내딸을 알아본 것이다. “맞아요. 엄마 딸 블루예요. 언니들도 함께 왔어요.”

언니들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다 위로 함께 뛰어올랐고, 엄마와 눈을 맞췄다.

그날 밤, 엄마와 공주들은 쌓인 얘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천사장인 ‘라파엘’을 만난 엄마는 '한 가지 소원’을 말했다.

“우리 딸들이, 어디 가지 않고 이 아름다운 곳에 살게 해 주세요. 마지막 소원입니다.”


이 바다가 점점 잿빛으로 변했던 것은 엄마의 마음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해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그 마음이 깊은 바다까지 전해져 점점 검은 바다가 된 것이다.

엄마는 이 소원으로 다시 이곳에는 내려올 수 없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다.

인어로 돌아온 막내딸은 헤어지기 전, 엄마한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엄마, 내 목소리 들려? 보고 싶었어. 내가 너무나 사랑해.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지?”

다음날 밤, 언니들과 함께 다시 무도회가 열리는 유람선을 찾았지만 엄마는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을 떠나기로 한 마지막 날, 다섯 인어공주는 섬을 뒤로하며 왕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 바닷물이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그 무지개 빛깔로 다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떠난 인어들도 이 빛을 보며 다시 돌아오길 시작했고 다시 찾은 아름다운 인어 왕국은 성대한 파티 준비로 연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블루도 잠깐이지만 태어나 처음 엄마를 만나 행복했고 무엇보다 이 바다에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여기 이곳은, 바로 엄마와 추억을 간직한 그 바다니까. 엄마를 닮아 행복한 블루는 그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마음속 깊은 곳에 '엄마'를 저장했다.


엄마는 해마다 인어 왕국의 축제가 열리는 여름이면, 함께 보낼 수는 없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별똥별로 다섯 공주들에게 하나, 둘씩 사랑의 눈빛을 지금도 보내고 있다.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 해석]

공모전 동화 중 ‘인어공주’가 첫 번째로 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바다를 찾아다녔고 거기서 엄마를 만났다. 그 넓은 바다를 엄마로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울기도 하며 내 인생을 함께 한 곳, 인어공주와 엄마의 모티브는 그렇게 첫 시작이 됐다. 제한된 용지에 짧은 글로 모든 마음을 표현하긴 어려웠지만 '동화'라는 상상력은 좋은 '경험'이었고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겨 '행복'하다.



제13회 공유저작물 창작 공모전 2차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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