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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Nov 21. 2021

큰언니

[나를 키워준,  마음씨 착한 언니다]


     

     

큰언니와 나는 8살 터울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나를 언니가 키웠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우리의 형제관계는 끈끈하다. 첫째는 오빠지만 남자라, 여자인 언니보다는 야무지지 못했다. 그만큼 큰언니의 역할은 가족에게는 절대적이었다.

어렸을 때는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점점 더 내 나이가 들며 그때 일이 자꾸 생각난다. ‘언니가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언니도 어렸을 텐데.’ 꽃다운 나이를 즐기지도 못하고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제 60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큰소리도 내고 해야 하는데 아직도 소녀처럼 꽃을 좋아하고 남들을 미워할 마음이 1도 없는 너무나 착한 언니다.





중학교 때 왜 난 그렇게 유행했던 메이커 청바지가 입고 싶었는지, 신촌 한복판에서 그 비싼 리바이스 청바지를 사달라고  졸랐는데 결국 입지 못했다. 언니가 생활비를 빼면 빠듯해 사 줄 수 없다고 해서, 싸우고 엉엉 울었다. 얼마나 그때는 속상했는지, 분명 언니 잘못이 아니었는데 어린 마음에 원망한 적이 있었다. 


내가 성인이 돼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틈틈이 여행도 다니며 사고 싶은 것도 사곤 했는데  언니는 그렇지 못했다. 1980년대는 민주주의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라 데모가 한창이었고, 무엇보다 사회의 곳곳이 혼란스러웠다. 언니는 국어교육학과를 나와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예전에 신문사 신춘문예에 대상으로 당선된 적도 있는 만큼 꿈도 많았는데 언니가 늦더라도 꼭 그 꿈을 이루면 좋겠다. 


언니한테 바라는 '내 한 가지 소원'은 글로는 포기를 모르지만 이제는 멀리 어딘가로 떠나 낯선 곳을 만나면 좋겠다. 매일 가는 곳만 다니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떠나지 못 한 시간여행을 당장 시작하면 좋겠다. 시간은 이제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익숙함도 좋지만 나 혼자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보는 것도 인생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짊어지고 있는 그 짐을 하나, 둘씩 내려놓으며 홀로 걷고 뛰고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언니’라는 이 호칭은 나한테는 참 특별하다.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엄마를 불러 봐도 먹먹한데

전화하면 언제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언니를 불러도 내 마음이 먹먹해져 온다. 




'스스로 걷지 않으면 길은 끝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큰언니도 이제는 밖의 세상을 마음껏 보며 활짝 웃고 행복하면 좋겠다. 아직 늦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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