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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Nov 19. 2021

엄마 기일

[혼자 있을 때, 난 더 그립다]

내 나이 7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 기일은 완연한 가을, 음력 10월 중순으로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기일은 성인이 될 때까지 몇 번 밖에 못 챙겼다. 그래서 내가 꼭 성인이 되면 혼자라도 기억하며 추모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대신 엄마가 보고 싶을 땐 바다를 찾았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끝없이 보이지 않는 저 끝에 엄마가 있지 않을까.

내 앞에 펼쳐진 넓은 바다는 엄마 마음이 아닐까.

아니면 엄마 눈물인가.

수없이 바다를 보며 웃음보다는 눈물이 많이 났던 이유다.





간혹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바다가 그렇게 좋아요?" 가서 뭘 하는지도 궁금해했다.

바닷가에 하루 종일 앉아 있기도 하고 근처 관광지를 갈 때도 있다. 다른 뭔가를 하지 않아도 바다 앞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를 만난다는 나만의 생각에 즐겁다. 어느 날은 노래도 부르고, 와인도 준비해 엄마와 둘이 마신 적도 있다. "엄마, 와인은 처음이지. 오늘은 달달한 화이트 와인으로 한 잔 하자. 처음 시작은 가볍게 하면 좋다네." 하며 홀짝홀짝 마셨다. 엄마도 술을 마셔봤을까? 못 마셨으면 나랑 이제라도 즐기면 되지. 이렇게 마주 앉아 술 한 잔이라도 기울이면 더 좋았을 텐데.


성묘 갈 때는 꼭 만두를 사 간다. 유성에 맛있는 만두집에 꼭 들려 김치만두 2개를 포장한다. 가는 길에 마트에서 소주 한 병, 새우깡, 초콜릿을 추가한다. 엄마와 도란도란 만두도 먹고, 소주 한 잔 하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다 보면 2시간,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친구들과 엄마를 만난 적도 있다. "혼자 가니? 그럼 같이 가자"며 유성에 내려 만두집부터 친구와 혼자 간 곳을 함께 한다. 이번에는 커피도 샀다. 커피도 엄마 갖다 드리자며 친구가 챙겼다. 고마웠다. 나 혼자가 아닌 막내딸 친구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엄마도 오래간만에 유쾌하셨으리라. 잘 살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가끔 밤에 엄마 얼굴을 떠올린다. 어렸을 때 엄마는 힘은 많이 없었지만 화난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이었고 목소리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긋나긋한 음성이었을 것이다.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내가 꼭 엄마 얼굴을 빼닮았다고 한다. 그만큼 많이 닮은 나는 오늘도 엄마가 보고 싶다. 찬바람 불어오는 이 가을에는 더더욱 엄마가 그립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속초로 생활공간을 옮길 때 이것저것 재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다 보며 실컷 엄마 생각할 수 있다는 마음뿐이었다.

지금도 바다를 보며 나는 엄마를 찾고 있다.

엄마는 어디 있을까.


'엄마, 우리 엄마'를 부르며 실컷 울고 싶은 오늘은 그런 날이다.






엄마 기일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더 엄마를 찾게 된다.  엄마는 지금  '나를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올곧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옷매무새도 바르게 할 때가 있다. 갑자기 추워진 오늘, 다시 엄마와 술 한잔 하고 싶다. 집에 있는 정종으로 따뜻하게 한잔 데워 나누고 싶다. 안주는 짭짤한 명란을 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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