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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Nov 24. 2021

장가계

[오빠의 첫 일탈 여행]

여행은 어디를 떠나든 설렘이 있다. 나는 언제부턴가 매일 날씨를 확인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가방 지퍼를 올리기까지 빠진 물품이 없는지 떠나기 전 준비 강박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을 떠날 때는 비행기 탈 때까지 조금의 염려증도 있지만 이것도 성격이라 매사 꼼꼼한 게 편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 


오빠가 가족들과 첫 해외여행을 중국 장가계로 떠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오빠는 교회 선교활동으로 필리핀에 다녀온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직업상 쉬는 날이 일정치 않아 그동안 여행이라며 맘 편지 못했는데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내가 가는 것처럼 기뻤다. 집을 떠나 다른 곳을 여행하다 보면 분명 얻는 게 있다. 여행할 때도 물론 그동안의 피로를 잊고 여유롭게 다니며 즐거울 수 있지만, 다녀와서도 여운이 남아 가족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나 먹었던 음식, 어디가 좋았다더라, 느끼는 감정은 그 이상이 된다. 





오빠와 나는 나이 차이가 제법 있고, 형제 중 제일 큰오빠다. 자라면서 그렇게 살가운 관계는 아니지만 오빠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동생들한테 좀 더 관심을 갖고 언제든 집에 가면 따뜻하게 맞아주는 가정적인 남자로 변했다. 남자들은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여행 중에 동생들이 생각났는지 잘 도착했다는 문자도 보내고, 장가계 무릉도원에 갔을 때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흐리게 나오지만 너희와 함께 나누고 싶다고, 여행 오니 그래도 좋더라.’ 하는 문자와 함께. 

보내온 동영상은 지금도 신선들이 봉우리를 여기저기 뛰어다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웅장하고 신성해 보였다. 나는 오빠가 보낸 문자에 답을 했다. ‘오빠가 행복해 보여 너무 좋다. 그동안 일만 하느라 고생했는데 돈 아깝다 하지 말고, 귀찮다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가까운 곳부터 여행을 다녀봐, 남은 여행 건강하게 잘하고.’ 






지금 이곳에 살고 있다면 누구에게나 보이든, 보이지 않든 짊어진 보따리 짐이 있다. 그 짐의 무게는 다를 수 있지만 좋은 것보다는 불편함이 많다. 내가 어른이 되고 생각해보면 오빠도 그 짐의 무게는 무거웠을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내 마음의 짐 무게만 보이니까. 이제는 우리도 각자의 짐을 조금씩 내려놓고 아니, 보따리에서 작은 주머니로 만들어 배낭에 매고 다니면 좋겠다. 내려놓아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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