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는 담대함

by 이유진

아이를 낳았다. 저도 사람이라고 응애응애 울어대는 아주 작은 생명체가 내 눈앞에 다가왔다.

"안녕 우리 딸" , "해원아 안녕"

당연히 아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웃음만 나왔다. 아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뱃가죽에 뭔가 뜨끈한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계속 나왔다. 내가 엄마가 되다니...

그렇게 몸을 추스르고 조리원이라는 천국에 입성했다.

그런데 천국에 입성하자마자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안도였을까? 아이도 나도 다 무사하다는?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울컥거림이 나를 괴롭혔다. 역아로 있던 아이, 제왕절개로 낳아 4박 5일 진통제로 버티며 있던 고통의 구간이 끝나자 엄마... 생각이 났다... 인간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고통이 끝나는 지점에서 그것이 아쉽기라도 한 듯 다른 고통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재주가 있달까?

"엄마가 지켜줄게" , "엄마가 오래 해원이 옆에 있을게"

갑자기 아이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혹시 내가 일찍 죽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나의 과거를 담은 슬픈 상상이 더해져 나의 눈물은 매일 마를 날이 없었다. 조리원 일주일 동안 나는 온갖 예민함을 몸에 두르고 아이와 마주했다. 불안하고 두려웠다. 내 자식을 낳으니 엄마가 나를 두고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떠날 수 있었을까? 꾹 참고 살았던 원망이 불쑥 올라와 또 예민하게 가시를 돋게 했다. 출산 호르몬이라는 강력한 놈에게 휘둘리고 있구나. 임신을 하면 임신 호르몬이 괴롭히고 출산을 했더니 이제는 출산 호르몬이 날 괴롭히는구나. 내가 나인지 호르몬이 나인지 모르는 그 소용돌이 속에 푹 담겨 있는 기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절이 안 되는 이 감정에서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아무리 울어도, 울어도 이 혼돈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힌 나는 그대로 꼬꾸라질 것 같았다. 엄마가 되었는데... 엄마가 되자마자 마주한 것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렇게 거의 일주일을 꼬박 신생아보다 더 울어대는 나를 보며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위로가 위로로 들리지 않고, 사랑이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 아이를 지키는 것에 우리는 없이 오로지 나만 있었다.

내가 아이를 지켜야 해. 내가 아이 옆에 있어야 해. 내가 실수를 하면 어쩌지? 내가 내 딸을 불행하게 만들면 어쩌지? 상처를 주면 어쩌지? 어느새 딸은 우리 딸이 아닌 내 딸이 되어있었다.

두 눈을 꼭 감고 아이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았다. 작은 숨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이의 작지만 쿵쾅쿵쾅 뛰는 심장이 나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널 지키는 게 아니고 네가 날 지키는 걸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니 나를 바라보고 똘망똘망 눈을 뜨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배시시 배냇짓을 하는 아이의 입꼬리를 따라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 아이가 자랄 세상에 나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널 지키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 경험할 텐데... 그제야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진아 너무 무섭고 힘들지? 우리 둘이 충분히 잘할 수 있어. 조심하는 건 너무 좋지만 약간 가볍게 즐겁게 해원이 기르면 좋겠네~ 해원이 너무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유진이가 더 소중하니까"

기도하던 손을 내려놓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를 지켜줬던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맡기기로 했다.

"전 이 아이를 지킬 수 없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나가지 않게 하시고 아이 옆에서 발맞추어 가는 부모가 되게 하세요" 그제야 불안과 두려움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바뀌고 담대함이 올라왔다. 아이의 얼굴이 더 또렷이 보이고 남편의 듬직한 어깨가 더 든든하게 다가왔다. 더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일어나지도 않을 무서운 상상을 하면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일주일이나 허비했구나. 사랑만을 느끼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삶이다. 아이를 낳아보니 내가 기존에 알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출산을 통해 더 깊어지는 사랑을 알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육아를 하며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또 다른 형태의 사랑들을 만나게 되겠지.

그럼 이제 이곳은 나의 육아전쟁 일기가 되려나? 세상에 태어난 걸 환영해 우리 딸. 앞으로 아빠, 엄마랑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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