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건강함이었다.
남편과 결혼을 함과 동시에 쿠팡을 끊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임신 24주 차에도 계속되고 있다.
"오빠 그거 쿠팡에서 시키면 돼. 내일이면 와"
"유진아 쿠팡 하지 말자"
"응? 왜?"
"난 쿠팡 써본 적도 없어"
"(충격!!!)..."
쿠팡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쿠팡을 안 쓰는 사람이 있다니, 그 사람이 내 남편이라니!
남편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아가며 하는 장보기를 선호했다.
"마트도 바로 앞인데 쓰지 말자"
"그... 그래... 근데 쿠팡에서만 파는 게 있어!"
"그런 건 안 먹어도 돼"
"(2차 충격!!!)..."
그래서 쿠팡 끊기 챌린지가 시작되었고, 바로 금단현상이 왔다. 쿠팡이란 놈이 내 삶에 이렇게 치밀하게 들어와 있을 줄이야...
"아 이 작은 거 사러 마트 가야 돼?"
"가자"
"아!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오는데!!"
"사러 가자"
내 불만이 쏟아질 때마다 남편은 내 손을 잡고 어디든 같이 가주었다. 쿠팡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그의 노력. 일주일 동안 불만을 내뱉던 나는 곧 적응했다. 남편의 손을 잡고 마트를 가는 길은 우리의 말소리로 채워졌다. 직접 장을 봐서 먹는 저녁 식사 내내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청양고추도 저 마트보다 이 마트가 더 싸"
"고기는 여기가 더 좋아"
"근데 거긴 해산물이 좋더라"
"파도 봐! 엄청 커"
쿠팡에서 사면 이것저것이 더해져 늘 넘치는 식재료들이, 마트에 가서 사니 까먹는 것도 생기고 모자라는 것도 생겼다.
"어? 생강 안 샀다"
"마늘로 대체하지 뭐"
"어? 양파 안 샀다"
"양파 빼고 먹지 뭐"
대체하고 빼고 먹어도 충분했다. 그 사이 시어머니가 챙겨주는 고춧가루, 깨, 멸치가 더 소중해졌다.
쿠팡을 계속 썼다면 몰랐을 것들이었다. 이사를 하고 이제는 전통시장이 가까워져 그곳에 가서 장을 보곤 한다.
빳빳한 현금 만 원짜리를 다섯 장 챙겨, 허리춤에 오는 크로스백을 매고 다니며 장을 본다. 남편 어깨에는 우리의 장바구니가 걸쳐져 있다. 돈을 펑펑, 실컷 쓰고 집에 와서 가방을 정리하면 남아있는 2만 원. 식탁에 가득 싸인 채소와 과일, 제철 식재료들. 현금을 드리고 물건을 건네받으며 서로 얼굴을 보며 하는 "감사합니다", " 고생하세요" 하는 인사. 매번 갈 때마다 길을 잃어버리지만 그러다 찾는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 김밥은 2500원. 식혜는 1잔에 1000원. 장 보는 사이사이 맛있게 챙겨 먹는 500원짜리 도넛 간식.
남편 손을 잡고 가는 시장에는 쿠팡이 줄 수 없는 건강함이 있다. 불편하냐고? 불편하다. 귀찮냐고? 귀찮다. 하지만 그만큼 건강해지는 우리의 하루, 우리의 식탁, 우리의 대화가 있다. 쿠팡은 편하다 그리고 날 게으르게 만든다. 게으름은 관계를 , 습관을 망친다. 다시 만난 부지런함에는 건강함이 있었다.
우리 아이도 이런 건강함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불편함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잘 감내하며, 인내하고 스스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그래도 아직 쿠팡의 유혹은 계속된다. 아직 어플은 지우고 있지 않는 걸 보면 쿠팡이란 녀석이 대단하기도 하다.
"쿠팡 한 번 쓸까?"
"오! 쿠팡에서 쿠폰 준대!"
원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건 힘들다. 하지만 건강한 삶에서 오는 만족도는 말도 못 하게 크다.
최대한 덜 쓰고, 안 써 버릇하면서 유지하기! 오늘도 유혹을 이겨내며 특명! 쿠팡 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