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5주 차 : 태동? 태동!

나는 두 개의 심장.

by 이유진

이상하게 태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20주 차 때 병원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이제 슬슬 태동이 느껴지실 거예요~"


태동? 태동?? 나름 예민함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태동을 느끼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20주 차가 다 되도록 태동이란 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리송하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

태동이라는 영역 속에서 나는 내 몸을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 이건가?"

"그건 유진이 배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어? 이건가?"

"배고파서 그러는 건가?"


한 주 내내 마치 내 배 안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들어있는 것처럼 남편도 귀를 쫑긋 세워가며

내 배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던 22주 차! 슈우욱~ 하고 배 안에 지렁이 같은 게 꿈틀거렸다.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태동! 태동이다!


"태동이야!!!"

"어? 진짜?"


다시 남편이 손을 가져다 댔다. 남편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직까진 아마도 나와 아기 둘만의 비밀인 것 같았다. 그렇게 23주, 24주, 25주가 되어가고 한 주가 다르게 커가는 배가 느껴졌다. 배가 커짐에 따라 태동도 더 잘 느껴졌다. 24주의 어느 날, 남편이 나의 배에 손을 올리며 나긋이 말했다.


"아가야~ 아빠야! 오늘 잘 엄마랑 지냈어?"

"오오오오!!!"


태명을 알아들었는지, 아빠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큰 움직임으로 대답해 주는 아기.


"아가야~ 아빠야! 오오!! 움직인다"


그렇게 남편은 아기와 첫 교감 아닌 교감을 했다. 그냥 얻어걸린 것 같지만 남편의 황홀해하는 표정을 보니 그 감격의 순간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부터 임신 25주를 넘어가고 있는 지금까지 남편은 매일 저녁마다 내 배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는 나긋하게 아가를 부른다.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이 행위가 뭐라고 남편의 손이 올라가면 나도 모르게 제발! 아가야 한번 꿀렁해줘~!라고 마음속으로 애타게 아기에게 이야기를 한다. 황홀한 순간이다. 어느 날은 이상하게 하루 종일 기운이 없길래 저녁 퇴근 후 들어온 남편에게


"오늘 엄마를 너무 괴롭혀. 기운이 하나도 없어!" 하며 투정을 부렸다.

"어허~ 그러면 안 되지~" 라며 남편이 배를 보고 얘기한다.

"이 놈! 한 번 해줘!!!"

"(더 나긋하게) 아가야~ 그러면 안돼에~"

"응?"


남편의 어쩔 줄 몰라하는 이상한 다정한 톤에 박장대소를 했다. 뱃속에 있는 아가한테 이 놈! 한 번도 못하는 남편이 딸바보가 되리라는 건 이미 확정된 사실이다. 나의 박장대소에 놀랐는지 아기도 격한 움직임으로 반응했다. 넌 좋겠다. 아빠가 벌써부터 절절 매니, 태어나면 얼마나 더 절절맬까? 왠지 모르게 내 남자를 뺏기는 기분도 조금 들었다. 연애 때도 못 들어 본 이상한 다정한 톤이다.


"지금! 지금!!"


남편은 얼른 다시 내 배에 손을 올렸다.


"오오오!!!!!!"


그렇게 묘하게 이상하고도 기분 좋은 태동으로 아기의 건강을 확인하는 시기까지 넘어왔다. 너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 우리는 이렇게 행복을 느끼고, 감사를 느낀다. 나의 몸 안에 나의 심장, 너의 심장. 두 개의 심장이 있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임신 초기를 지나 지금은 이 두 개의 심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임신 중기를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하루들은 어떠할지, 태동이라는 선물을 주는 너를 위해 오늘도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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