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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Apr 30. 2023

불자의 딸 교회에 가다

결혼 전 신랑과의 약속

 결혼 전 신랑을 만나러 뉴질랜드에 왔을 때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신랑이 나한테 물어본 게 있었다.

결혼하면 나랑 교회 다닐 수 있어?


우리는 대학교 때 연인이었다 오랜 기간 헤어지고 나서 다시 만난 사이로 내가 뉴질랜드로 그를 만나러 갔을 때 우리는 첫사랑 때의 불꽃은 둘 다 사그라진 지 오래고 현실적으로 '다시 이 사람이면 좋겠다,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먼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 하고 있었다. 사랑으로 인해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20대 초반이 아닌 이제 30대 중반과 후반의 우리는 서로가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의 경험치와 살아온 환경으로 변해버린 서로가 현실적으로 맞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 확신이 있어서 다시 그에게 간 것이었고 그의 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물어본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우리 둘의 관계, 혹은 부모님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나갈 수 있냐고 물었.


그가 뉴질랜드에 와서 얼마나 진실한 크리스천이 되었고 교회와 교회사람들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혼자서 힘든 타국생활 해나가고 있었음 이미 대화를 통해 알 있었다. 그래서 결혼할 상대는  같이 교회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결혼의 첫 번째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아니 정확히는 나의 아빠가 불교신자인 것 알고 있었기에 나의 분명한 대답을 들어야 했었을 터였다.


 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고 이야기했다.


응, 교회 나갈 수 있어. 내가 바로 하느님을 믿고 나의 믿음이 바로 기독교로 향할 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자기가 원하는 게 같이 교회에 나가는 것이라면 그건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랬다. 나의 믿음이 바로 하느님에게 향할 거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것은 한 사람이 가고유한 종교관 혹은 세계관으로 짧은 시간 안에 바뀌거나 생길 수 없는 것이기. 설령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상대를 위해 겉으로만 믿음이 생긴 척 연기하는 것 뿐이기에.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교회에 나가는 것라면 그것은 기꺼이 할 수 있었다.


주위에서 결혼 전 종교로 인해 결혼직전까지 갔다가 헤어진 경우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 아니, 왜?'


기독교에서도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말하고 있고,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인종도, 종교의 장벽도 없다 세상은 말하는데 왜 세상에서 가장 큰 가치인 사랑이 종교 앞에서 무너져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건 분명 모순이지 않을까. 


여하튼 나는 그렇게 나의 생각을 그에게 이야기했고, 그것이 종교를 떠나 내가 그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교신자의 집안에서 자라온 내가 그렇게 대답해 준 것에 대해 놀라고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사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데는 아빠의 도움이 컸다. 그를 다시 몇 번 만나게 되면서 나는 그가 크리스천이 된 걸 알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에게 미리 아빠의 생각을 여쭈어 봤었다.


 아빠,  아빠는 내가 불교인 사람을 데리고 왔으면 좋겠어?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독교인이고 나보고 같이 교회에 나가자고 하면 어떨 것 같아?



  아빠는 항상 그렇듯 일체의 흔들림도 없으신 자세와 말투로 에게 답하셨다.


네가 결혼을 하면 이젠 나의 딸이기보다 그 사람의 아내가 되는 거야. 그러면 그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게 맞아. 아빠는 네가 절에 나가든 교회에 나가든 어느 쪽이든 다 괜찮아. 더 나은 종교란 없어. 네가 어디에서든 본질을 잊지 않고 올바로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한 거야.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불교신자가 되신 아빠는 불교대학에도 열심히 다니시며 공부를 하셨었다. 우리를 학교에 차로 데려다주실 때면 관세음보살 혹은 스님들이 녹음하신 경전을 틀어주셨고 짧은 관세음보살 기도를 매일 하게 하셨다. 언니와 내가 수능시험을 때, 우리가 회사에 들어갈 때, 그리고 내가 승무원이 되어서 비행을 할 때 아빠는 늘 새벽기도로 부처님께 자식들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 108배와 함께 매일 기도를 하셨었다. 우리가 이렇게 큰 탈없이 잘 자라게 된 건 불교의 교리는 잘 모르지만 아빠의 진실된 기도 때문이라는 것은 언니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아빠에 항상 감사해했다.


그런 아빠가 그렇게 너무도 흔쾌히(?) '너는 결혼하면 신랑과 함께 너의 길을 가라.'라고 이야기해 주심에 나는 감동이었고 종교를 떠나 그런 마음을 지닌 아빠가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결혼 전 그의 약속에 기꺼이 '예스'로 답했고, 정말로 결혼 후 그와 함께 교회라는 곳에 나가게 었다. 평생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던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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