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보름 May 12. 2023

교회 초짜, 새벽 기도에 나가다

나도 모르게 이끌린 힘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일요일, 우리는 신랑의 약속 대로 신랑이 다니던 교회로 향했다. 1,2층으로 나누어진 생각보다 규모가 큰 예배당 안에 빈자리 없이 빼곡하게 앉은 수백 명의 사람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아왔던 온 힘을 다해 설교하시는 목사님 그 모든 것에 정신없이 압도당한 걸까, 나는 신랑옆에 조용히 앉아 있다 결국 도저히 그 공간에 있을 수가 없사람들이 찬송가를 부르는 틈을 타 예배당 뒷문으로 나와 교회 밖으로 뛰쳐나왔다. 가슴속에서 큰 소용돌이 같은 게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답답했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자리를 못 지켰으니 약속 실패인 걸까?' 신랑한테 끝까지 함께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고 또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아빠한테 왠지 모를 미안함도 느껴졌다.


 이후 신랑은 내가 힘들어했던 걸 눈치챘는지 바로 가자고 다그치진 않았다. 그리고 본인도 이젠 결혼을 했으니 예전처럼 큰 교회보다는 부부가 함께 구역모임도 할 수 있는 조금은 작은 교회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휴지기를 갖었다.


 얼마 지나 신랑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작은 한인 교회로 다니자고 했다. 신랑이랑 함께 가보니 규모도 예전교회에 비해 고 교인수도 적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워서 심적으로 마음도 편했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붙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목사님이었다. 한국에서 오신 지 얼마안 된 목사님이셨는데 위엄 있고 권위 있는 큰 목소리가 아닌 조곤조곤 그냥 아는 사람들 모아놓고 편안한 대화하시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셨고 분명 설교이지만 설교 아닌 듯 나 같은 초짜가 듣기에 전혀 거북하지 않고 오히려 중간중간 재미도 있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나는 목사님의 말씀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매주 빠지지 않고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말씀에 귀 기울이며 예배에 다니던 중 굉장히 믿음이 신실하시고 선하신 집사님을 알게 되었다. 그분께서는 우리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아시고는 나에게 조용히 새벽기도에 나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새벽기도요?


 나는 많이 놀랐다. 아직 주일 예배도 이제 몇 번 나오지 않은 내가 새벽기도를? 그것도 새벽에 일어 나서 나와야 하는? 내가 너무 놀라 하자 집사님께서는 계속하라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나와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본인은 매일 새벽기도를 하시지만 성탄절 즈음에 원하는 기도를 새벽기도에 나와서 하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셨다고 했다.

 아, 그래요?


 겉으로는 놀라 물었지만 속으로는 '믿음이 워낙 신실한 분이시니 하느님이 들어주셨겠지, 예배에 몇 번 나오지도 않은 초짜인 내가 새벽기도에 나와 기도한다고 들어주시겠어?'라는 마음이었다.


 네, 한 번 나가볼게요.


뭐 때문이었는지, 아님 그저 예의상이었는지 나는 이렇게 답을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신랑한테 나 새벽기도 나가볼래라고 이야기를 했다.

 새벽기도에 나간다고?

놀란 신랑보다 나는 말하고도 나 자신에게 놀랐다.

   나갈 거야 정말?

 신랑이 아닌 나 스스로가 나에게 묻는 질문 같았다.

  정말 새벽기도에 나갈 수 있겠어?

새벽기도라서 의아한 것도 있지만 사실 나에게 더 큰 건 '새벽'이었다. 잠 많은 잠보가 새벽이 일어나겠다고? 그것도 기도하러?



 

 그리고 그다음 날.

 무언가에 이끌린 듯, 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서 동도 트지 않은 깜깜한 새벽 주섬주섬 옷을 입고 교회로 향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길도 한산하고 깜깜했다. 교회에 도착하니 작은 예배당 안에서 불빛과 노랫소리가 들려 나왔다. 조용히 맨 뒤쪽 의자에 앉았다. 찬송가가 끝나고 목사님 말씀이 이어졌다.

 새벽이 주는 기운 때문인 걸까? 같은 목사님인데 무언가 말씀에 힘이 달리 느껴졌다. 그리고 주일예배보다 사람수가 적기도 했지만 사람들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래 보였다. 주일에 화장하고 머리하고 단정한 옷 입고 오는 게 아닌 자다 일어나서 맨얼굴에 편한 복장으로 참석하니 겉치레와 남 시선이 아닌 오롯이 나의 내면과 목사님 말씀에만 집중하게 됐다. 사실 무슨 말씀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말씀이 끝나고 각자 자유기도시간이 됐을 때, 내 눈에선 아니 내 가슴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옆에선 '주님주님' 목이 터져라 외치고 회개하고 화내시고(?) 각자만의 색으로 소리 내어 혹은 소리 죽여 기도에 집중하는데 그들의 기도 소리에 나도 동화된 건지, 말씀에 동화된 건지, 아니면 새벽의 기운이 나를 동하게 만든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하느님이 내 안에 오신 건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가슴 안에 있는 무언가도 다 같쓸려 나오는 것 같았다. 그저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회개하고 있었다. 무슨 힘에 이끌린 것만 같았다.


 이게 새벽기도의 힘인 걸까? 이래서 나에게 새벽기도에 나와보라고 하신 걸까? 그렇게 몇 주를 나왔다.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 아이를 갖게 해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기도가 나올새 없이 그저 죄인이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참 신기했다. 성경을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목사님 말씀으로 몇 번 들은 게 다인데, 기도도 딱히 생각나지 않아 그저 앉아서 다른 분들 기도소리만 듣고 있었을 뿐인데, 교회도 고작 몇 번 나가지 않은 내가 처음 참석한 새벽기도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낸 것을 뭐라 설명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 내 몸 깊숙한 곳에서 그저 눈물을 펑펑 쏟아낸 것. 이것이 나의 첫새벽기도의 경험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