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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Jun 30. 2023

일 년에 방학이 4번인 나라

 학교에서 'volunteer teacher aide' 일을 시작한 게 4월 초쯤 이었다. 한 일주일쯤 나갔을까? 학교가 어수선하고 분주하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학부모와 선생님, 학생이 함께 하는 3자 회의가 일정에 잡혀 있어 선생님들은 테스트하시랴, 평가하시랴, 상담준비하시랴 정신이 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분주한 틈을 타 자기네들끼리 정신없이 노느라 바쁘다. 학교가 첫 방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뉴질랜드에는 1년에 4번의 방학이 있다. 뉴질랜드는 학기가 2학기가 아닌 4학기로 이루어져 있다.

첫 학기는 Term 1은 2월 초에 시작되고, 매 텀은 10주씩 진행된다. 10주가 끝나면 2주의 Term Break라는 짧은 방학이 있고, 마지막 텀인 Term4가 끝나는 12월 초반부터 2월 초 새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가장 긴 여름방학이 있다. 언뜻 보면 방학이 많아 보이지만 방학일 수에는 큰 차이가 없다. 뉴질랜드에는 여름에 해당하는 12월부터 2월 사이의 여름방학은 한국의 겨울방학 기간과 비슷하고, Term 1, Term2, Term 3 브레이크 2주씩 총 6주의 방학은 한국의 여름방학 기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에게는 아니 선생님들에게도 방학의 횟수가 많다는 것은 더 자주 쉴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메리트를 갖는다. 그리고 아직은 학교라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4번의 방학이 기다려질 것이다. 환경의 차이인 걸까? 한국에서 유학온 친구들이나 이민 온 친구들은 방학이 4번인 것을 너무 좋아하는 반면 이미 이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지내는 뉴질랜드 학생들 중에는 이 10주의 학기 과정이 길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 역시 고작 일주일 밖에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방학이라는 것에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volunteer로 일하는 것이어서 어차피 페이를 받지 않아 방학이라 쉬는 게 좋았지만, 옆에 정식 보조교사 선생님 중 한 명은 돈을 받지 못하는 이 2주의 방학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 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며 신랑과 맞벌이를 하는 그 선생님은 그 시간에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렇듯 보조교사는 연봉이 아닌 일한 시수대로 돈을 받기에 일을 하지 않는 방학기간에는 주급이 나오지 않는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그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방학이 많은 게 오히려 달갑지 않을 수도 있고, 나는 (정식 보조교사가 됐을 때에도) 돈이 나오지 않더라도 쉴 수 있는 방학이 많은 것이 좋았다. 그러나 연봉제로 주급을 받는 선생님들의 경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방학이어도 주급이 나온다. 그렇기에 이것은 업무량이 많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메리트 중 하나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또 하나 메리트는 (아이가 있는 경우) 아이와 함께 방학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다른 일반적인 회사는 12월 크리스마스 때부터 신정 때까지 공식적인 2주~3주간의 휴가가 있다. 이것은 뉴질랜드 전체에 통용되는 휴가이다. 그 휴가 기간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병가를 내거나 연휴를 당겨쓰던지 할뿐 공식적인 휴가는 없기에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방학이 많은 것이 부모중 한명이 일을 휴가를 내던지 하면서 아이를 케어해야 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아이가 있는 선생님들은 그 방학기간에 같이 아이와 방학을 보낼 수 있어 이것또한 부모님인 선생님들이 갖는 굉장히 큰 메리트 중 하나이다. 실제로 부부가 모두 선생님이었던 우리학교의 교감선생님이었던 찰리는 방학기간이 가족모두의 휴가기간이어서 방학때마다 어디로든 놀러간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며 굉장히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내 마음속엔 내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학교에서 일해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어찌됬든 대다수의 학생들과 많은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첫 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2주의 짧은 방학이긴 하지만 첫 학기 시작 후 첫 방학이기에 모두들 같은 마음으로 설레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아이들끼리 서로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 어디에 갈 계획인지를 묻고, 선생님들도 이번 방학엔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묻는 게 방학을 앞둔 학교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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