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티는 오전 10시 반에서 11시 반 사이, 즉 늦은 아침인 11시경 티 또는 커피와 함께 간식을 곁들여 먹는 쉬는 시간이고, 아프터눈 티는 오후 4시경,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에 갖는 티와 함께하는 간단한 식사 또는 간식타임을 말하며, 영국에서 비롯된 문화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이 문화를 갖고 있다.
모닝티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일하기 전 뉴질랜드 회사를 다니는 신랑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침 7시 반까지 출근해야 했기에 아침을 먹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면 신랑은 2~3시간 정도만 있으면 회사에서 꽤 훌륭한 모닝티가 제공된다고 이야기 했었다. 티와 커피를 기본으로 샌드위치나 머핀, 키쉐, 파이 등 출출함을 채울 수 있는 음식들이 나오고, 오후 아프터눈 티 시간 역시 초밥, 케이크, 과일 등 출출한 오후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음식들이 나온다고 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참 여유롭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했을 당시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이 그 티타임이었다.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소식가인 나는 식사 시간 사이사이에 무언가를 먹어줘야만 했고 그렇지 않으면 허기가 져서 일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첫 사회생활을 했었던 2006년도 나름 보수적이었던 나의 첫 직장에서는 간식을 책상에 놓고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일을 하다 정말 허기가 지는 3~4시쯤에는 혼자 몰라 간식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먹고 오거나 아무도 없는 계단에 가서 얼른 먹고 오곤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간식을 먹는 시간이 식사시간 이외로 따로 있다니, 그것도 회사에서 제공되는..(이건 몇몇 회사에만 해당되었고, 제공되지 않는 곳에서는 각자가 챙겨가서 먹는다.) 그런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능률도 오르고 좋을까, 얼마나 분위기를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이들 학교에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수업과 수업사이의 시간을 쉬는 시간이 아닌 모닝티(Morning Tea) 시간이라 불렀다. 학교마다 수업시간이 조금씩은 달라 한 블록 당 수업시간이 긴 학교(두 번째 면접을 보았던 학교) 같은 경우에는 점심시간 전에 한 번의 긴 모닝티 시간(25~30분가량)이 있었고, 내가 다니게 된 학교는 블록 당 시간이 1시간 10분이어서 점심시간 전에 15분씩의 모닝티 시간이 10시부터 10시 15분, 그리고 11시 25분부터 11시 40분까지 두 번이 있었다. 뉴질랜드 학교는 학교에서 급식이 제공되지 않기에 점심을 싸갖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모닝티 시간에도 간식을 먹어야 하기에 모닝티 시간에 먹어야 하는 간식까지 싸갖고 다녀야 한다. 부모님의 스타일에 따라 점심과 모닝티를 나누어서 싸 오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점심만 싸와서 그중 일부를 모닝티 시간에 먹는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는 특별히 날씨가 나쁘지 않으면, 모닝티(Morning Tea) 시간과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교실밖에서 시간을 보내게 한다. 아이들은 교실문 앞이나 학교 운동장, 나무 그늘이나 벤치 등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는 놀이터에서 뛰어놀거나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은 선생님을 포함한 교직원들에게도 차를 마시고 간식을 마시며 여유 있게 서로 이야기도 나누거나, 각자 할 일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시간 사이에 무언가를 먹어주어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 그야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는 티를 타고, 준비해 간 간식을 먹었다.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한 날에는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그렇지 않은 날에는 간단한 스낵이나 과일 등을 준비해 가서 먹었다. 그리고 스태프 룸에 선생님들이 갖다 놓으시거나 학교 행사로 인해 제공되는 간식들도 자주 테이블에 놓여 있어, 그것들을 같이 나누어 먹기도 한다.
이렇게 학교에서도 여유롭게 즐기고 놀 수 있는 모닝티 시간을 갖는 아이들을 보며 오래전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본다. 초등학교시절에는 간식을 싸갖고 가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그저 학교에서 제공되는 우유가 유일한 간식이었다. 우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배고픈 나에게 유일하게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먹을 수 있는 간식이었기에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조금 대담해져 쉬는 시간이면 학교 정문 앞 문구점으로 돌진하여 친구들과 쫀득이나 불량식품에 가까운 과자들을 사서 급하게 먹고 들어오곤 했다. 중, 고등학교 때에도 10분 쉬는 시간은 여전했기에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친구들과 달리기 경주를 하듯 매점으로 돌진해서(그렇게 달려가도 이미 줄은 있었다.) 빵이며, 과자며, 음료수들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러다 화장실이라도 가야 하거나 너무 졸려 잠시 책상에 엎드려 눈이라도 붙여야 할 때는 매점을 가지 못한 그 짧은 10분의 쉬는 시간이 어찌나 아쉬웠던지..... 단 5분, 10분 이긴 하지만 좀 더 여유로운 시간에, 여유롭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곳의 아이들이 나에게는 같이 있지만 다른 세계의 아이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 그들의 삶의 질이 내가 겪었던 것보다 더 높아 보였다. 불과 이 하나의 작은 문화로 그들의 생활이 우리와는 다른 분위기로 다른 결과, 다른 삶까지 만드는 작지만 큰 다른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많은 것이 다른 뉴질랜드 학교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이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