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volunteer teacher aide로 일하게 된 뉴질랜드 초등학교는 총 4블록으로 되어있고, 한 블록당 시간은 1시간 10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뉴질랜드에서는 한 수업시간을 block 블록이라고 한다.) 첫 블록은 8시 50분부터 10시까지 두 번째 블록은 10시 15분부터 11시 25분까지 그리고 3번째 블록은 11시 40분부터 12시 50분까지 이고 12시 50분부터 1시 35분까지 45분간 점심시간을 갖고 마지막 블록인 4번째 블록은 1시 35분부터 2시 45분까지이다. (참고로 뉴질랜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인 Primary School, Middle School and College가 모두 3시면 수업이 끝난다.)
나는 수업이 시작되기 20분 전인 8시 30분 정도에 출근을 하거나 조금 더 일찍 가기도 한다. 담임 선생님은 보통 8시 이전에 출근을 하여 교실에서 수업준비를 하고 계신다. 뉴질랜드는 교사와 교직원들의 휴게 공간인 Staff room과 학교 행정을 보는 Office가 있지만 한국과 같은 교무실은 없다. 그래서 나와 같은 보조 교사들이나 예체능이나 외국어를 수업하러 외부에서 오시는 선생님들은 보통 스타프 룸에서 시간을 보내고,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교실에서 수업준비를 하시고 업무를 보신다. 8시 즈음 교실에 들어가면 이미 수업준비를 끝낸 선생님은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신다. 내가 맡은 반은 Year1은 1학년 아이들로 뉴질랜드 나이, 즉 만 나이로 5세 아이들 반이다. (뉴질랜드는 5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 거의 대부분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실문 앞까지 들어와 엄마 아빠와 인사를 나누고 들어온다. 한국이라면 유치원에 가야 할 아이들이 본인 키만 한 가방을 들고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그저 귀여워 엄마미소를 띠게 한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면 선생님은 한 명씩 아이와 인사를 나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은 반에 놓여 있는 장난감(수업 교구 같은 것들)이나 본인들이 가지고 온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거나 교실밖에서 친구들과 놀며 수업 전까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8시 50분 수업 종이 울리면 교실로 들어와 선생님 앞에 매트바닥에 앉는다. (뉴질랜드 교실은 카펫으로 되어있고 조례, 종례시간에는 모두 매트바닥에 앉아 모인다.) 선생님은 roll (출석)을 부른다. 그리고 아이들을 줄을 세워 교실밖으로 나가 다른 학년과 함께 모이면 교실 건물 5바퀴를 돌게 한다. 한 바퀴씩 돌 때마다 손등에 도장을 찍어주고 5바퀴를 다 돌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내가 일했던 학교 그리고 처음에 면접본 다른 학교 역시 수업시작 전 매일 15분가량 바깥에서 달리기 혹은 체조 등으로 몸을 웜업 하는 시간을 가졌다. (체육클래스는 별도로 또 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점점 아이들이 뛰기 싫어하거나 하기도 하지만 이 시간들을 아이들과 같이 뛰고 스트레칭으로 몸도 풀고 하다 보니 이 시간이 아직 졸린 아이들에게 잠도 깨게 해 주면서 수업시간 전 정신도 맑게 해주는 일석이조의 좋은 효과가 있는 시간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15분에서 20분가량 시간을 보내고 각자 반으로 돌아오면 첫 번째 수업이 시작된다. 뉴질랜드 초등학교의 기본 교과는 리딩, 라이팅, 매쓰(읽기, 쓰기, 수학) 이렇게 세 과목이다. 이 세 과목이 매일 있고, 나머지 한 블록은 아트나 사이언스, 체육, 종교 혹은 라이브러리 타임으로 매일 바뀐다.리딩, 라이팅, 매쓰 모두 과목당 수준에 따라 그룹으로 나뉜다.리딩 같은 경우는 그 그룹이 수준에 따라 읽게 되는 책이 달라진다. 보통 한 반이 20명 미만이므로 그룹은 4~5그룹 정도로 나뉘고, 선생님은 그룹을 한 번씩 돌며 아이들이 책을 잘 읽었는지를 확인한다. 1학년 아이들은 (5세 반이므로) 말 그대로 책의 단어와 문장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지를 본다. 아직 알파벳을 구분 못하는 친구들도 있고 어려운 단어를 읽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라이팅 시간에는 보통 선생님이 주제를 주신다. 지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혹은 특별한 날(크리스마스, 부활절, 방학, 생일 등)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쓸 건지 우선 그날에 대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 계획인지를 한 명씩 물어보신 후에 자신이 말한 것을 글로 쓰게 한다. 이 시간 역시 5세의 아이들이기에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친구들은 많지 않다. 워드차트를 이용하여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단어의 스펠링을 보고 도움을 받아쓰고 자신이 아는 한에서 글을 쓴다. 스펠링이 틀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생이지만 수업마다 수준별로 그룹을 나누어 따로따로 수업을 하는 게 한국에서 일률적인 수업을 받았던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보조교사가 필요하다. 선생님이 한 그룹을 수업하고 계시는 동안 다른 그룹의 아이들이 그들의 활동을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중 학습이 더딘 몇몇의 아이들은 보조교사가 따로 수업을 맡아 진행하기도 한다.
뉴질랜드 학교는 교과서가 없다.리딩 수업 때 아이들이 읽는 책은 모두 학교에 구비되어 있다. 같은 책이 여러권씩 구비되어 있어 보조 교사들은 사전에 다음 수업에 필요한 책들의 리스트를 받아 미리 학교의 서재에서 수준별로 아이들 명수에 해당하는 책을 가져온다. 아이들은 그 책 수업이 끝날 때까지 갖고 다니며 본다. 학용품도 연필, 지우개, 노트, 색연필, 풀, 자 등등 모두 학교에서 제공된다. 보조교사들은 이 학용품을 잘 정리해 두고 연필도 미리미리 깎아놓아 아이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둔다. 자신만의 필통을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도 있긴 하지만 교과서는 없기에 아이들 가방은 그저 점심도시락이 들어있는 런치 박스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두 블록이긴 하지만 수업에 참여하여 아이들의 학습을 도우면서 느낀 점은 선생님이 절대 서두르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알림을 주시기는 하지만 그때까지 끝내지 않아도 서두르게 하거나 빨리 하게끔 유도를 하시지는 않는다. 물론 이것은 저학년이기 때문에 그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중에 고학년 수업에 참여했을 때에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속도에 맞게 하게끔 유도하며 그 시간 안에 끝내면 좋지만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고 다그치지 않는다.그저 아이들이 하는 속도에 맞춰 그리고 수준에 맞춰 그들이 할 수 있는 한에서 격려하고 지도해 주신다. 수업도 수준별로 나누어서 하다 보니 선생님이 일률적으로 앞에서 지식을 전달하고 아이들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식의 수업은 거의 없다. 각각의 그룹을 돌아다니며 아이들 수준과 그 속도에 맞게 수업을 진행해 나가는 모습이 자유롭고 여유 있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과목별, 수준별로 해야하는 수업준비부터 매 분기별 아이들 평가(일괄적인 시험이 없어 분기별로 선생님이 아이들 한 명씩 과목별 테스트를 하며 평가를 하신다.), 그리고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선생님들의 업무량이 상당하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는 선생님이 기피 직업 중 하나라고 한다.그렇지만 그 말은 즉,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의 자발적인 수업참여가 이루어지는 이런 자연스러운 수업 환경이 아이들로 하여금 교육, 배움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것이라고 느끼게 할 것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 참여하는 나 역시 하루하루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에서 활력이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