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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Jun 23. 2023

주 2일 volunteer로 일하다.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일요일에 신랑이 내가 사는 동네의 초등학교에 이력서를 다 넣은 지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 나는 두 군데의 학교에서 한번 만나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얏호~~'


 '이렇게 해야 연락이 오는 거구나.' 신기하고 설렜다. 두 군데 모두 가보기 위해 각각 다른 날로 약속을 잡았다.


처음 간 학교는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을 딴 공립초등학교였다. 교감선생님이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교감선생님은 내게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몇 학년 수업을 참여하길 원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1학년 선생님 중에 한국 선생님이 있다며 그 선생님과 만나보고 시간을 정해서 우선 그 한국선생님 반에서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인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반을 둘러보게 해 주시고 이곳에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내가 관심 있어하고 참여하고 싶어 하는 리딩수업과 라이팅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전반적인 뉴질랜드 학교생활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 주셨다. 그 사이 쉬는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들어왔다. 다음 시간은 라이팅 수업시간이었고 아이들이 수업하는 것을 잠시 참관할 수 있었다.


 다음 날 간 학교 역시 지역의 공립학교였다.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이곳에도 한국인 선생님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한국인 선생님들이 계신 학교인지도 모르고 지원한 것인데 우연히 나에게 연락온 학교 두 곳에 모두 한국인 선생님들이 계다.) 이곳에서도 담당자는 역시 나를 한국인 선생님이 계신 2학년 반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고, 그곳에서 한 블록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다. 첫 시간이어서 운동장에서 15분 정도 몸풀기 게임 같은 것 하며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갖고 교실에 들어와서 수학 수업이 있었다. 학생들은 동그란 테이블에 그룹을 지어 앉아있었고, 그 그룹은 수학 수준별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첫날이고 수업에 참관하는 것인데도 적극적이고 나에게 친근함을 표현하는 몇몇의 아이들은 나에게 모르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고, 그중 몇몇의 학생들이 굉장히 성실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에 나는 감명을 받았다. 한 시간 반정도가 되는 1블록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간식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가고 선생님과 나 역시 교직원들이 쉬는 공간인 스타프 룸에 가서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1블록이었지만 뉴질랜드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어 설렌 시간이었다. 참관을 하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학교를 나왔다.


 이틀 동안 두 군데 학교를 가보고 선생님들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참관도 해보니 큰 차이점은 없었다. 학생수도 200~300명 내외로 규모가 작았고, 두 군데 모두 이민의 나라 뉴질랜드답게 여러 인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었다. 러나 딱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가본 학교가 왠지 모르게 더 끌렸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학교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잔디밭은 일반 축구경기장만 하게 넓고 강당도 넓고 그렇지만 학생수는 좀 더 적었다. 그런데 왠지 그곳의 학생들이 더 자유분방해 보였다. 그곳의 선생님도 뭔가 더 여유로워 보였다.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한 곳에는 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결정을 하고 다음 날 바로 연락을 했다. 한 곳에는 거절의 다른 한 곳에는 같이 일하겠다는 승낙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일하기로 한 첫 번째 학교에서 바로 연락이 다. 다음 주부터 주 2회 오전 두 블록 1학년 반에서 리딩과 라이팅 시간에 volunteer teacher aide로 근무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이 나라 학교에서 일하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학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꿈만 꾸어왔을 뿐인데 그것이 이렇게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이 놀라웠다. 무엇이 내 꿈을 이루게 한 것일까?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곳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렸다. 이제 다음 주면 내가 머릿속에서 그렸던 그곳에서 나는 이곳의 아이들과 같이 지내게 된다. 누군가나에게 어떻게 이것을 이루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답할 것이다.


 '그저 원하는 것을 꿈꾸고, 계속해서 두드리라고.. 그것이 현실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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