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

by 고양이삼거리

마을버스 종점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기사님께 반갑게 인사를 하며 타셨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네, 그러네요. 어디 다녀오세요?"

"저도 일 아직 하고 있어서 다녀오는 길이에요. 나도 그렇지만 아저씨도 오래 하시네요. 이제 그만하세요!"

"제가 이 일을 한 지 47년이 됐습니다. 그만해야죠, 그런데 그만두려고 해도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못 그만두고 있어요. 몇 번 그만둔다고 했었는데, 후임을 구하지 못했어요. 젊은 사람 중에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기사님은 답을 마치고 47년 동안 해온 일을 조용히 이어가셨다. 그리곤 아무도 말이 없었다. 가벼운 인사로 시작해서 대화 몇 번 만에 다큐멘터리가 펼쳐지는 기묘한 순간이다.

때로는 한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의정부 시장 구경을 갔을 때 일인데, 시장 외각의 모텔촌 사이에서 어색하게 남은 단층 건물 상점을 발견했었다. 전면에 얇고 세심한 나무프레임을 가진 홑겹의 맑은 유리창이 줄지어 있었고 오래전 기억 속에 있던 함석덧문을 가진 곳이었다. 안에는 해 잘 들고 널찍한 공간에 곡물 같은 것들이 큰 주머니나 다라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곳이 남아있었네’하며 지나치다 본, 유리 위에 붙여진 A4 종이 한 장, 손으로 간단하게 쓴 한 장의 폐업 안내문 ‘57년 만에 폐업’ 강렬했다.


이 도시의 평범한 이야기들이 40년, 50년을 넘어가고 있다.



몇 년 전에 적어놓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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