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햇빛 좋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밭에 나팔꽃이 피었다.
인근 밭의 땅콩 꽃 사진을 찍긴 했지만 캐는 것은 보지는 못했는데, 아무도 모르게 생땅콩이 우리 밭에 와서 자랐다. 이건 콩인데 싶어 가까이 보니, 땅콩의 겉껍질과 속껍질 안에서 자란 새싹이다. 더 귀여운 부분은 우연한 사건으로 겉껍질 안에서 온전한 상태로 두 쌍이 나란하게 자랐다는 것이다. 땅콩을 심을 때 겉껍질채로 심는지 아니면 한 알씩 심는지 잘 모르겠지만 또 확실한 것은 땅콩 심은 데 땅콩이 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얼마나 뿌리가 자랐을 까, 얼마나 큰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까. 나눔 텃밭의 아쉬움은 매년 추첨으로 새밭을 지정받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만큼 한해살이를 한다는 것이다. 더 키워보고 싶은 것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다. 몇 년 전에는 작은 올리브나무 모종을 심었었는데, 폐장 때까지 6개월 동안 허리춤까지 자랐었다. 그래서 그 나무를 집으로 들이려고 작전을 세우고 밭을 정리했는데, 하루 혼자 남겨두고 다음날 밭에 가니 덩그러니 서있던 올리브나무를 버려진 것으로 생각하셔서 관리해 주시는 분께서 친절하게 뽑아 바닥에 뉘어 놓으셨던 일이 있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잘 자란다는 보장이 없었어서 덤덤하게 이별을 고했다.
어릴 적에 땅콩을 캐본 적이 있다. 고무부께서 한 이랑의 밭에 있는 땅콩을 사셔서 두 집이 모두 출동해서 땅에서 땅콩을 캐내었다. 노동 없이 수확만 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주렁주렁 달린 것이 땅콩이었다. 그걸 집으로 가져와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볶았는데 우리 윤여사님은 모래까지 동원해 보았으나 영 시원치 않았고,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삶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