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을 툭 잘랐다. 갑자기 드러난 보드라운 호박의 단면은 진땀을 흘리기 시작하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 나는 빠르게 호박을 채쳐서 정신없이 만든 다음, 소금을 치고 밀가루를 반 컵을 붓고 물은 그 반 정도, 약간을 잘 섞어두었다. 물과 밀가루 양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개략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 둘 만큼 충분했다.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온도가 오르길 기다렸다가 반죽을 부었는데, 부었다기보다는 반죽 덩이를 그릇에서 떼어 올린 것이다. 넓게 퍼지지 않고 둥그스름하게 쌓일 만큼, 쿠키반죽 같달까. 뒤집기로 빈틈을 메우고 모양을 잡으면서 판판하게 눌렀다.
기름은 호박 수분과 엉기지 않도록 바닥에서 타지 않을 정도만 조금씩 넣어준다.
지글지글 소리가 나고 반죽이 반투명하게 변하고 있어서 뒤집을 때지만 역시나 한 번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짧게 잘린 호박들은 밀가루 반죽과 함께 익어가나 싶다가도 어느샌가 다시 진땀을 흘리기 시작하며 손 놓고 만다. 두 조각으로만 나뉘었으니 이 정도면 잘했다. 얼추 익었는데, 이제 접시에 담을까 생각했지만 마미가 해주신 장조림을 잡으러 간 j를 기다리려면 시간이 있기 때문에 계속 굽기로 한다. 여전히 굽다 보니 호박전은 조금씩 작아지면서, (농축되고 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수분이 날아가고 점점 하나의 덩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노릇하게 익은 면을 뒤집고 기다렸다가 다시 뒤집기를 몇 번 했는데 (아주 과장해서 말하자면) 도톰하던 나의 호박 반죽이 납작하게 눌린 크룽지(크루아상을 눌러 만든) 마냥 진하게 캐러멜라이즈 되고 겉이 두텁게 익어가는 '진득한 호박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파삭하지는 않다. 호박을 어느 때보다 진하고 달콤하게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마지막에는 자주 뒤집기보다는 표면을 더 깊게 농축시킨다는 생각으로 오래 두고 바짝 익혔는데, 점점 두꺼운 층이 생기면서 흐트러짐이 적어졌다.
채 썬 호박을 시간을 들여 수분을 날려 보내면서 여러 번 뒤집어 굽는 것이 '진득한 호박전'.
이 '진득한 호박전'의 완성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알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식탁에 자주 등장할 것 같다.
이건 몇 번의 실험을 거친 노트다. 보통의 전보다 시간이 배는 걸리지만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