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를 볶다가 다 익으면 썰어 놓은 양파를 같이 넣고 볶으라고 여러 번 말하게 되었는데, 여러 번 말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양파는 왜 썰어 놨냐고 해서 같이 볶으려고 한 거니까 나중에 넣어서 같이 볶으라고 했지, 아삭하게 매운맛만 가시게 볶으려던 거였어 알겠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별거 아닌 무난한 소시지 볶음이었으니까 그런데 소시지가 큰 편이었는데 문어모양 만들겠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 좋은 생각이라고도 한 것 같은데 칼집을 내면서 양파는 어떻게 하지 하길래 괜찮으니까 같이 볶으라고 대답했어, 조금 있다가 (양파를 같이 볶을 거면) 그럴 거면 케첩도 넣어서 하지 그랬어 하길래 그러자고 하고 볶기 시작한 사이에 케첩도 꺼내 놨지, 소시지는 익어가고 하나 둘 머리와 다리가 구분되는 모양을 갖춰가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양파는 어떻게 하냐고 묻길래 넣어서 볶자라고 대답했지 조금 있다가 평소 주로 쓰는 깊이 있는 접시가 아니라 얕은 것을 꺼내서 소시지를 담기 시작하는데 이리 와서 보라고 해서 재밌네 했지 하나 둘 모여드는 대형 문어들을 목격한 거야 양파는 따로 볶아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잠시 후에 이 볶은 양파는 어떻게 하냐고도 묻길래 같이 담으면 되지 않겠냐 하고 접시를 보니까 이렇게 문어 군단이 완성돼 있었다 양파는 작은 그릇에 따로 담자고 다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유부초밥에 넣을 밥이랑 콩나물김칫국 준비하고 김치 썰어 담고 다른 것들 준비하던 나는 그제야 알았다 바로 옆 유부초밥들도 군락을 이루기 시작하자 확실해졌어 애초에 양파를 잘라 놓고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내가 큰 잘못을 한 것이다 그는 양파 같이 볶기 싫다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내 양파들은 한켠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 나의 소시지양파볶음.
문어 소시지와 유부 초밥의 배치,
j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