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머문 집

by 고양이삼거리

새해를 맞아서 오늘은 다른 도시의 집에 머물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불 밝힌 동네를 구경 다니려던 계획을 지우고 깊은 골목을 따라 들어온 마당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이 집의 포근함과 함께 위치 지어진 규칙을 따르면서 같이 머무는 이들과 조용한 밤을 보내기로 했다. 12시에는 공용공간에 불이 꺼진다고 한다. 건넌방에는 조잘거리는 어린아이와 젊은 부부가 머물고 이 방에는 이웃 도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넘어와 차를 빌려서 지리산 자락의 사찰을 거닐다 온 성인 세 명이 한 방에 누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 머물던 도시의 집은 바닥은 뜨겁고 코끝이 시린 한옥이었는데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바닥에 꼭 붙어 깜깜한 방 안에서 새해를 맞았다. 가까이서 퍼-ㅇ 터지는 뜻밖의 불꽃 소리가 오래 이어졌는데 우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속닥이며 새해를 맞았다. 오늘은 급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이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하루를 보냈고 이곳, 나의 ‘머문 집’은 그에 걸맞게 편안하다. 시작으로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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