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엔 양꼬치

쯔란, 쿠민

by 고양이삼거리

이상한 일이군요.

생각지 못한 작용이 일어났습니다.


며칠 감기 때문에 답답한 상태인데, 불 앞에 앉 아 서, 길-게 이어져 수평으로 규칙적인 운동 하는 탬 플 릿에 맞물려 통 통 돌아가는 고기 꼬지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지글거리며 잘 익은 것 하나를 골라 집어, 쯔란 시즈닝에 듬뿍 버무려서 먹다고,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나눠먹었더니 목과 가슴에 뭉친 열기가 쏴- 하며 시원하게 풀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독주 한잔 곁들였으면 완전한 조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잠을 편하게 자고 일어났는데 역시, 감기가 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만 한참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따뜻한 불, 편안한 움직임, 맛있는 소리와 냄새, 구운 고기, 맑은 국물, 모두가 좋았지만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아마도 고춧가루와 쯔란을 듬뿍 넣은 양념 가루였을 것 같은데 고춧가루, 쯔란(양꼬치 식당에서는 쯔란, 카레 식당에서는 쿠민), 간 깨, 설탕, 소금을 적당한 비율로 섞은 그것입니다. 쿠민은 카레 식당에서는 종종 입가심용으로 카운터에 올려져 있기도 합니다. 다음날 아침, 오늘은 어제의 기운들이 소화가 다 돼 물러가버려서 한때 나를 편하게 만든 붉은 마법 가루 효능이 사라짐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쿨럭! 아, 좋았는데,


약을 다시 먹어야지..

작가의 이전글마카로니 샐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