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썰어서 냄비에 담고 부스러지도록 푹 삶았다. 남은 물을 버리고 두툼한 유리컵으로 누른다, 바닥이 평평하고 적당한 크기에 잡기도 편해서 딱 알맞은 도구였다. 김이 피어나는 냄비를 붙잡고 한 두 번 누르면 형태가 흩어지면서도 조직들이 부드럽게 컵 주위로 삐죽거린다. 다시 (뭉쳐) 보면 삶은, 감자와 차이를 알 수 없겠지만, 이건 완전히 다르다. 삶은, 감자의 포슬포슬함 보다는 진득하게 엉긴 크림치즈에 가까워진다. 조금 떼어내서 맛을 보고는, 소금 간 하고 달걀과 마요네즈를 듬뿍 넣어서 감칠맛 나는 샐러드 만들려던 계획을 접고, 접시에 툭 떠 놓았다. 이게 바로 집밥의 묘미, 나의 부엌에서, 우리는 언제든 재료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작전을 변경할 수 있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맛보겠다는 것은 합당하면서 합리적인 선택이다. 더 넣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다. 더 맛있게 요리한 것도, 원한다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뭐랄까 이렇게 요리를 마치겠다는 건 오늘 같은 날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봄날의 따스움과 쌀쌀함이 교차하는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담백한 요리를 맛보는 것.
으깬 감자는 삶은, 요리의 온도를,
에너지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