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버릇 개 못 준다
페이스북의 친구가 갑자기 늘어나고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이제 시작한 나는
어느 날
SNS의 좋아요와 하트가 어떤 글에 많은가
분석하고 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분당 시청률에 울고 웃던 내가 떠올라
피식 웃는다.
KBS 아침 프로그램을 할 때의 일이다.
피디 복이 지지리도 없어서
5주 연속 다른 피디들과 일했다.
위클리 생방송은
매주 아이템 찾고 섭외하고 방송하고
할 일이 많은데
피디가 매주 바뀌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1인분에 2,500원 하는
초저가 생고기 맛집을 방송하는데
피디가 없어 팀장님이 대신 나가게 되었다.
“인터뷰 세팅해줄래?”
줄 서서 먹는 맛집이라도
인터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가끔 이런 세팅을 요구하는 피디들이 있다.
동생과 친구들을 불렀다.
괜한 짓이었다.
단골이 어찌나 많은지...
인터뷰도 모두 적극적이라
인터뷰 세팅은 필요 없었다.
동생은 고기를 맛있게 먹은 것으로
되었다고 했는데
(내가 계산까지 해주었으니까~^^)
팀장님은 그래도 미안하다고
딱 한 마디를 편집해 넣어주었다.
“2인분 추가요, 2인분~”
1.5초의 짧은 시간
동생 얼굴이 전파를 탔다.
방송이 나가고 일주일 후 동생이
하소연을 한다.
“누나 내 별명이 ‘2인분’이 됐어”
동생은 테크노00에서 핸드폰 가게를 하는데
그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방송을 봤다.
1.5초의 짧은 시간 얼굴을 알아보고
동생이 지나가면
인사 대신 ‘2인분’을 외친단다.
그 방송의 시청률은 4%였다.
요즘은 종편과 케이블도 많이 생기고
인터넷과 VOD, 영화, 게임 등
볼거리가 많아져
4% 시청률도 무시할 수 없다.
당시 시청률 4%는
애국가만 틀어놓아도 나온다는
일명 ‘애국가 시청률’로 망한 것이었다.
시청률이 아무리 낮아도
사람들은 방송을 보고 있다.
요즘은 VOD가 남고
SNS도 흑역사로 남을 수 있다!
동네 맛집 사장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한다.
섭외할 때, 사장님은 동네 호프집에 가서
맥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점잖게 거절했었다.
이미 줄 서서 먹는 맛집들 중
방송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
방송 나가고 반짝 인기로 사람이 많아지면
단골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이든 SNS든
시청률이나 좋아요, 하트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15년 전 그 고깃집이 위치는
바뀌었지만 그대로 있네,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