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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자리]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나머지는...?

게자리 작가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파스칼 메르시어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철학적 질문을 찾아 떠나는 여행 소설의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는 게자리다.  (파스칼은 철학자, 메르시어는 18세기 베스트셀러 SF소설작가의 이름이다.


책은 일단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는다. 그런데 왜 <#리스본행_야간열차>는 사놓지 않았다. 2014년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난 이 책과 영화를 보고 나면 #포르투갈 여행을 꿈꾸게 될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나중에 언젠가 당장 떠날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산 다음에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며칠 전 다음 문장을 보고 말았다.     


“글쓰기는 새로운 사람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확성과 이해를 만들어낸다. 

또는 그런 착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언어에 운이 좋은 사람은 

스스로를 향해 눈을 뜨는 것과 같아서 

새로운 시간을 경험한다. 

시의 현존이라는 시간이다.”

 - 페드루 바스쿠 드 알메이다 프라두 《시의 시간》

 1903년, 리스본      


그리고 이 문장의 출처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파스칼_메르시어의 신작 <#언어의_무게>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더 이상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미룰 수가 없었다. 결국 벽돌같이 두꺼운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다.      

파스칼 메르시어(Pascal Mercier)의 본명은 #페터_비에리(Peter Bieri, 1944년 #6월_23일, #게자리 #사자자리)이고 스위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다. 그는 철학서에는 본명을 쓰고, 소설을 쓸 때는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1623년 6월 19일, #쌍둥이자리, #물고기자리 )과 루이 세바스티앙 메르시에(Louis-Sébastien Mercier, 1740년 6월 6일, 쌍둥이자리 #전갈자리)의 이름을 섞어 사용한다. 그는 1983년부터 2007년까지 철학교수로 재직하다 대학에 회의를 느껴 일찍 은퇴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2004년 처음 독일어로 출판되어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2013년 영화화되면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문두스(세계, 우주, 하늘 등의 뜻을 지닌 라틴어) 혹은 파피루스라는 별명을 가진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고전 문헌학 교수로 40년 넘게 똑같은 학교를 다니며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날, 출근길에 자살을 시도하려는 어떤 포르투갈 여자를 만난다. 사라진 그녀를 쫓다 스페인 책방에서 아마데우(Amadeu de Prado)라는 포르투갈 의사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선물 받는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는 문장은 바로 이 책에서 나온다. 고대 그리스어, 히브리어, 라틴어의 전문가로 언어에 조예가 깊은 그는 자신이 전혀 모르는 포르투갈어의 멜로디와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듯한 책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 스위스 베른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그리고 리스본에서 “1920년 12월 20일에 태어난 1973년 6월 20일에 사망한 아마데우 이나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의 흔적을 더듬는다.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고 다른 논리를 지녔던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까.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는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삶을 쫓으며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던 그 시절”에 대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불면과 이상한 꿈, 우울과 고도 근시 등 자신을 괴롭히는 현재의 질병에 괴로워한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이 무의미한 것처럼 개인사에 있어서도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었다는 가정은 무의미하다. 별자리 상담을 할 때 게자리에게 주는 첫 번째 조언은 과거를 그만 놓아주라는 것이다. 게자리는 영어와 라틴어로 Cancer이고 이는 질병 암과 철자까지 같다. 고대 그리스어 καρκίνος(게, 종양)에서 유래되었는데,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암세포가 옆으로 퍼지는 것과 게의 유사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실제 게자리는 암에 많이 걸린다. 게자리는 기억력이 뛰어난데, 과거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들에 붙잡혀서, 우리식으로 말하면 한이 응어리가 될 수 있으니, 암을 주의해야 한다.     

 

그때 이스파한으로 떠났다면, 그때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면, 아니 비 오는 날 아침 출근길에 이상한 포르투갈 여자를 만나지만 않았다면,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을까? 어떤 식으로도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기억은 과거에 고정된 것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나로 인해, 또는 타인으로 인해 다른 의미를 갖고 끊임없이 변화 성장한다.  

    

라이문크 그레고리우스가 낯선 도시 리스본에서 생경한 언어, 포르투갈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책에서 철학적 질문을 음미하고, 그의 삶의 흔적을 좇으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상처를 더듬는 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나의 과거와 현재의 고민들이 서로 맞닿은 곳을 헤매며 힘들었다. 


결국 “힘차게 발을 딛고 서서 매 순간 솔직하게 연주할 수 있다면 그런 삶은 예술일 것이다. 우리는 모차르트여야 한다. 열린 미래의 모차르트.”라는 그의 말처럼 나도 나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겠다 생각하는 오늘!   

  

*책을 읽다가 문득 가명을 쓰는 저자가 주인공의 이름도 그냥 짓지 않았을 것 같아 찾아보았다. 그레고리우스(라틴어: Gregorius)는 “조심하다”라는 뜻을 지닌 고대 그리스어 그레고레오 (γρηγoρέω)에서 왔고, 아마데우스(Amadeus)는 라틴어 AMO 동사와 명사 DEVS의 합성어로, 뜻은 ‘신께서 사랑하신다’는 의미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때문에 유명해졌으나 그의 세례명에 쓰인 진짜 미들네임은 테오필루스(Theophilus)인데, 역시 신에게 사랑받는 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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