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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86일] 숲길 몸살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리여인 에세이

뒷산 산책을 시작하고

4일이 됐습니다.

비 온 다음 날, 숲이 궁금해 4일차 산책을 잘 다녀왔습니다. 

오늘 아침엔 7시에 일어나

7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눈뜨고 잠깐 고민을 했으나

어제 비가 왔으니

비 온 후 숲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어

망설임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Plan is just Plan!  

   

수국사에 한 번 가볼까 하다가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테니까

내일 가기로 하고

오늘은 봉수대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에 5천 보 되면 턴해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리막길이

계속됩니다.


산길을 걷다 만나는

내리막길은 불안합니다.

그보다 더 많이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이상하다 싶더니

갑자기 나타난 표지판이

봉산 산책로 3코스 분기점이라고

친절히 알려줍니다.     


집 뒷산은

서울둘레길과 은평둘레길,

봉산 숲이 좋은 길,

그리고 봉산 산책로까지

4개의 길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입구는

봉산산책로 1코스 시종점이라

거기서 시작해

서울둘레길 16코스로 붙어

봉산 정상, 봉수대까지 다녀왔고


둘째 날은 봉수대 반대편 증산역 방면으로 가다가

디지털미디어시티역(DMC청구아파트)까지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낮에 비가 온다고 해서

가볍게 봉산 1코스를 돌아보려 했는데

중간에 길이 끊겨서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 근처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이 아니라

샛길로 내려오는 길을 찾았는데

지도에는

봉산 치유의 숲 입구라 되어 있지만

공사 중입니다.     


그래 계획대로 되는 건 없지

그냥 되는 대로 하자! 싶은데

페이스북에서 좋은 문장을

만났습니다.      


“아주 오래오래 걸어야 하니까요.

나는 나를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리여인 에세이 첫 문장     


또 읽고 싶은 책이 하나 더 늘었군요.     


사실 숲을 걷기 시작하고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습니다.  

   

첫날은 얼굴이 팅팅 부었고

둘째 날은 머리가 아프더니

낮잠을 네 시간이나 잤습니다.

셋째 날인 어제도

몸이 피곤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잠깐의 망설임은

그래서였습니다.     


신발 한 번 안 신고

집순이로 살다가

오랜만에 걷기 시작했으니

몸도 적응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적응하겠지요.

매일 걷겠다, 만 보를 걷겠다

계획도 세우지 않으렵니다.     


그냥 눈떠서 오늘은 숲에 가볼까

마음이 동하면 가고

아니면 그냥 108배하고요.     


오늘은 7시 반에 나가

두 시간 만에 돌아왔고

잠시 게으름 피우다가

샤워하고 108배를 하니

몸이 가뿐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다리에 배긴 알도 곧 풀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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