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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87일] 비 오는 숲을 왜 좋아하는가?

우연은 없다!

오늘 아침 하늘이 꾸무럭하여

날씨를 보니 비가 온다 합니다.

비가 오기 전에 얼른 다녀올까 싶어

집을 나섰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집니다.     


비 오는 숲길 산책을 왜 좋아하는가? 빗소리, 고즈넉함 그리고 오래전 기억! 


돌아와 우비를 입고

다시 나서려는데

친구가 전화해, 넘어지지 말고

집에 있으라 합니다.     


조심해서 다녀올게, 하고는

어제 1만 9 천보를 걸었으니

오늘은 가볍게 1 코스만 걷자 생각했습니다.     


1코스에서 약수터로 빠지는 길의 윗길로 올라가니

둘레길로 이어지고

비 예보 때문인지

사람이 적은 숲에는 바람소리가 가득합니다.    

 

내 숨소리

발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새소리....     


소리가 참 좋습니다.     


둘레길에서 봉산산책로

2코스로 빠졌는데

샛길에서 또 길을 잃었습니다.     


어제도 봉수대에서 서오릉 입구까지

왕복 2킬로미터니 30분이면 다녀오겠구나

생각하고 갔다가

힘들어서 쉬고

샛길에서 헤매어

같은 곳을 세 바퀴나 도는 바람에

5시간을 산에 있었습니다.


덕분에 다리에 배긴 알도 풀리고

멋진 브런치 카페도 찾았습니다.     


샛길의 기쁨이 있지만

오늘은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네이버지도를 켜고

방향을 잡아가다 보니

표지판이 나오더군요.     


결국,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고

20분 만에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오는 길에 비가 많이 와서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걱정하시기는 했지만요.     


일주일 동안 숲길 걷기에 빠져

108배도 도덕경도 게을리했는데

다 저녁에 108배를 하고

도덕경을 읽으니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첫날,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고생했지만 비가 온 다음에는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바뀝니다. 


산티아고 사진을 찾아보니

첫날 비가 와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가 오면 길이 진창이 되고

비옷과 배낭이 무겁고 힘들지만     

타닥타닥 빗소리가 좋고

숲은 한층 더 고즈넉해집니다.

게다가 비 온 다음 날의 풍경은

하늘부터 드라마틱하게 변하죠.     


그래서였나 봅니다.     


일주일 동안 하루 빼고 6일을 걸었습니다.

4일 차에 쉴까 하다가

비 온 다음의 숲 풍경이 궁금해 나갔고

오늘은 비가 온다 해도 걷고 싶었습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오래전 경험이라 잊었더라도

그때 좋은 기억이 무의식에 남아있어

오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책도 마찬가지죠.

줄거리는 기억하기 힘들어도

감정과 생각은 내 무의식에 새겨집니다.     


좀 더 부지런히 걷고

108배하고, 읽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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