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7일] 나 다시 돌아갈래!

108배와 이명

나 다시 돌아갈래!

- 영화 <박하사탕>


이명 치료를 위해 다니는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Q 108배 운동을 시작했는데, 눈도 밝아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좋지만 이명이 심해요. 마치 귀에 심장이 달린 것 같아요. 계속해도 될까요?


A. 아주 좋아요. 108배를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눈이 밝아지고 시원해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말초혈관까지 피가 돌게 되어 이명도 크게 들리고 예민한 사람은 고막이 부푸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건 아주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얼마 전, 이명 때문에 MRA를 포함한 MRI를 찍었는데 나의 오른쪽 귀 뒤쪽의 뼈가 얇고 왼쪽은 고막 바로 옆으로 큰 혈관이 지나고 있어 혈액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 혈류성 이명이라고 했다.


나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이명이 생겼다.

처음엔 그게 이명인지도 몰랐다. 귀에서 뭔가 앵앵거리다가 슉슉거리다가 삐~ 하기도 했다.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해 한동안은 침대에서 돌아눕기만 해도 누가 땅속에서 끄잡아내리는 것처럼 어지럽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이석증이 의심된다 했는데 검사를 받고 나아졌다. 검사가 오히려 치료가 되기도 한단다.)


디스크도 이명과 두통을 유발하니 악순환으로 심해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거의 이명은 당뇨처럼 동반자로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교통사고 신체감정을 받기 위한 지정병원이 이명을 잘 치료하는 병원이라고 추천들을 했다. 그래서 신체감정(두 달 걸렸다!) 후 바로 이명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 치료는 이명 환자들 대여섯 명이 모여서 하는 집단상담이었다. 이명은 외적인 자극 없이 신체 내부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처럼 피가 흐르는 소리나 뼈나 근육이 움직이는 소리 혹은 청각신경세포의 과민한 반응 등으로 소리를 듣는다. 내장과 혈관의 활동을 조절하는 간뇌에서 그 소리를 걸러 대뇌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활동이 교란되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간뇌는 이 소리를 걸러내지 않고 대뇌로 전달하게 된다. (써놓고 보니 어려운가? 설명을 들은 지 좀 오래되어서...)


피가 돌고 뼈가 움직이고 하는 신체의 정상적 활동을 왜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가는 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나처럼 교통사고나 면역력 체계의 이상, 청각세포의 과민, 이유가 뭔지 모르면 항상 갖다 붙이는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등. 그러므로 이명은 귀가 아니라 뇌의 치료가 필요하다. (이명 치료를 위한 트레이닝은 다음 기회에...)


2년 정도 꾸준한 치료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되었다.


MRI 결과, 신체구조상 이명을 잘 들을 수 있어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나 같은 신체구조라고 모두 이명을 듣는 것은 또 아니다!)

귀 뒤쪽 뼈를 두껍게 해주는 수술인데 이 병원에서도 1년에 3-4명은 시행하고 효과도 있단다. 그러나 귀 뒤로 길게 쭉 째야 하는데, 나는 켈로이드성 피부가 심해 이로 인한 흉터가 또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일단 수술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날이 춥고 외부 활동이 줄어 혈액순환이 덜 되니까 겨울에는 이명이 더 심할 수 있다. 의사는 108배와 함께 반신욕을 강력히 추천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반신욕을 하고 있다 하니 반색을 하며 좋아했다.


오늘은 언니의 결혼식이라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데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 108배를 한다!

교통사고 이후 생긴 이명이라 때때로 억울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나 다시 돌아갈래, 교통사고 이전으로!"


사고 이후 매일 생각하는 일이지만 그럴 수 없으니 건강을 되찾는 것이 더 건강해지는 것이, 지금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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