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시간(202003)

5인실 병실에서..

by 로벤

간호사가 환자의 돌봄까지 함께 진행하는 이 공간에는

환자의 가족이라 해서 밤을 함께 지낼 수는 없다.

20시가 되면 환자의 보호자들도 짐을 챙겨 집으로 가고,

그때부터는 병실에 온전히 환자들만 남게 된다.

5인실 병실은 한쪽 면에는 세 개의 침대가, 반대쪽 벽에는 두 개의 침대가 배치되어 있고

그 중 나는 전망좋게도(?) 두 개의 침대 중에 창가 쪽을 배정받게 되었다.

급하게 수술 날짜는 잡을 때 그 과정을 도와주었던 코디? 라는 분이 말하길,

수술일정이 촉박하니까 설사 1인실, 특실만 남았다 하더라도 그 방이라도 쓰겠다고 이야길 해서

팔자에 없는 1인실이나 특실을 써보려나 싶었는데

허무하게도(?) 5인실에 배정받게 되었다.


게다가 통합 어쩌고 저쩌고 병실인지라 보호자의 상주가 안되는 곳이라 하니..

이 곳에 1인실이라도 배정받았다면 돈은 돈대로,

민우는 민우대로 함께 있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뻔도 했겠다.

아무튼 20시 즈음이 되면... 병실은 매우 고요해진다.


내 옆자리에 누워있는 허세 많아보이는 경상도 아저씨도

옆에 아내가 있을 때나, 간호사, 의사가 왔을 땐 한 마디라도 더하려는 모습이

살짝 우리 아부지가 떠오르기도 하더니..

아내가 사라지고 나서는 침묵이다.


놀라운 것은 아내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

암수술을 받은 것 같은데 수술 전에는 없던 엉치 쪽에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먹은 듯 하다.

아내분도 이 부분에 대해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았는데,

집으로 돌아간 아내는 남편이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그걸 먼저 물어본다.

통증이 좀 덜해졌냐고...

간호사 앞에서는 ‘아파도 좀 움직여야 덜해지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며 남편 핀잔을 주는 것 같더니

집에 가서는 또 걱정이 되나보다.

이어지는 아저씨의 대사는 더 대단하다.

안그래도 도착을 했으면 연락이 올텐데 연락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다는데..

이거 토랑토랑한 사투리 그대로 쓰는 경출남에게는 좀 덜 어울리는 상황이지 않나?

두 사람의 모습, 대화가 듣기 좋아 커튼 건너편에서 싱긋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보호자 상주가 금지라고 했던 것 같은데,

건너편 창가쪽 할아버지 침대쪽에서는 9시가 다 되도록 할아버지 할머니의 대화가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아까 전에 간호사가 왔을 때에도 이것저것 물어보던 게 할머니였지 아마..

드리워진 커튼 아래쪽으로 다른 침대칸에는 비워져있을 공간에

바퀴 같은 것이 보이는 걸 보면 거동이 불편하거나 불가능해서 특별히 허용한 가족 상주인듯도 싶고..


그런데 두 분이 주고받는 대화가 예사롭지 않다.

간호사가 혈압을 잰답시고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고난 뒤,

할아버지는 간호사에게 말한다.

“아가씨... 거 우리 할멈도 혈압 한 번 재줘요.”

커튼 너머로 할머니의 작은 웃음 소리가 전해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간병을 하느라 집을 비운 상태이다.

인터넷인지 티비인지... 통신 문제로 자꾸 전화가 오는 모양인데 근처 사는 아들 전화번호를 기사에게 알려주었다. 그 통화할 때 전라도 사투리가 무척 정겨웠는데...


어? 크지 않은 목소리라 잘 안들리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고맙다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단어만큼은 또렷하게 들었다.


우리... ‘사랑’... 이 중요하고... 앞으로...


커튼 너머 할머니의 부끄럼 묻은 웃음이 다시 건너온다.


이 양반이 사랑은 무슨... 어쩌고... ^^


이렇게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실천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자주 가는 커뮤티티에 올라온 글에선..

결혼 20년차에 자살한 남편의 일기가 실렸다.

첫눈에 반해 결혼했으나 결혼17년차.. 정도부터 너무도 변해버린 아내의 모습이 크게 실망하고,

여기저기 아프다던 아내의 말조차도 무시해버렸는데, 자궁암으로 아내를 잃고 나서야...

뭐 이런 이야기였는데... 자살 후에 발견된 구구절절한 일기에 잠시 빠져들었다.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고,

저마다의 사연으로 선하고,

저마다의 사연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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