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이비 Nov 18. 2020

ep3. 제주도 사투리에 대하여

나는 사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투리를 쓰질 않았다. 주 양육자가 엄마였는데 엄마는 서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기억에는 없지만 엄마 말로는 친가 친척들이 "엄마가 서울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이도 서울말 쓰네~" 이렇게 말했다고들 한다. 나는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았고 유치원도 안 다녔으니 사투리는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본격적으로 습득하기 시작했다.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는 나는 결국 엄마에게 까지 사투리를 전파해서 엄마도 지금은 간단하게 제주도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제주도 사투리의 수준을 레벨 1에서 3까지 나눈다면 나는 1 정도 구사할 수 있다. 억양과 간단한 단어, 그리고 어미처리 정도는 구사할 수 있는 정도랄까? 내 기준에서 레벨 2의 정도는 부모나 조부모의 영향을 받아서 사투리를 중급자 수준으로 구사하는 사람이고, 레벨 3 정도로 가면 누가 제발 나한테 자막으로 해석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의 하드코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레벨 3은 지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주로 구사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외지인이 보기에는 레벨 1도 가끔 못 알아들을 수도 있지만...


내 말투의 특이점이라면 제주도 사투리의 영향으로 억센 말투를 가지고 있고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짧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려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말해주길 좀 단호하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어떤 친구는 나한테 왜 화내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둘의 환상적인(?) 콜라보 덕분에 엄마는 자주 나에게 말을 부드럽게 하라고 한다. 물론, 모든 제주도 사람이 나와 같은 고충을 겪는 것은 아니기에 속단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고치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정말 어렵다. 체득하기 전까지는 의식적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솔직히 좀 진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람들이 제주도 사투리 하면 "~맨?" 이런 걸 주로 떠올리는데 제주도 사투리의 특징 중 하나는 종결어미에 있다. 국어 관련 전공이 아니기에 간단하게 예를 들어 말하자면,

'어디가?' → '어디가맨?'

'밥 먹었어?' → '밥 먹언?'

이런 대표적인 예가 있다. 제주도 사투리를 듣다 보면 뭔가 말이 세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싸우는 거 아닌가 하고 오해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말의 내용을 잘 들어봐야 한다. 나도 가끔 버스에서 왜 갑자기 싸우시나 오해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말을 잘 들어보면 그냥 반가워서 어디가냐고 묻고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더 나아가서 버스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을때는 중국인들의 대화로 착각한 적도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 버스에서는 중국인도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말하는지 듣지도 않고 창밖을 보면서 그냥 의식없이 귀에 들어오는 음성을 받아들이다보면 하드코어의 사투리는 그렇게 종종 다른나라 언어로 오해하기도 했었다. 가끔 너무 버스 안이 소란스러워서 자세히 들어보면 그냥 일상 얘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떻게 사투리가 이런 형태를 가지게 되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즈음 학창 시절에 국어 선생님이 한 가지 설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바람이 많이 불기에 말이 억세 졌다는 것이다. 특히나 예전에 제주도 사람들은 물질을 많이 했기 때문에 파도가 출렁이는 바닷가에서 효과적으로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 말이 세졌다는 것이다. 말은 특히나 입에서 입으로 시대를 거쳐서 변화하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정립했다는 자료가 없으니 이 또한 그냥 참고로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제주도 사투리의 특징 중에 하나는 동서남북 사투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섬이기는 하지만 서울의 3배가 될 정도로 넓은 지역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tv 예능에서 가끔 경상도 출신의 연예인들이 나와서 부산 사투리랑 대구 사투리가 다르다고 열변을 토하며 말하고, 가끔 유튜브에서 연예인들이 사투리 쓰는 장면을 올린 영상에서 보면 댓글에 사투리에 관한 말들이 나오는데, 같은 도 안에서도 다른 지역이랑 접근해 있는 지역은 사투리가 모호해지기도 한다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같은 행정구역에 살아도 거리에 따른 사투리의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참 특이한 점이 사람들이 제주도 사람들은 다른 지방으로 가면 사투리를 잘 내려놓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음성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금방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위아래 왔다 갔다 하는 거센 억양을 조금 지운 것일 뿐 아예 없지는 않다. 그래서 나도 드라마에 고두심 배우가 나와서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면 가끔 제주도 억양이 들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진짜 현지인이 아닌 이상 체크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사투리에 관한 나의 일화를 풀자면 내가 초등학생 때 바닷가에 놀러 가면 육지에서 휴가로 놀러 오신 분들이 말을 걸어오는데 그때마다 나한테 왜 제주도 사투리를 안 쓰냐고 물었다. 근데 그 말은 지금도 제주로 이주하신 분들께 듣기는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한테서 사투리를 배우는 바람에 존대하는 말을 못 배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고 두 번째로는 어차피 말해도 못 알아들을 것이기 때문에 내입장에서는 배려한다고 사투리를 안 쓰는 것인데 그렇게 질문으로 돌아오니 그때는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이건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나쁠 것 없는것이 있다. 조금 연세 있는 제주도 어르신들은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야'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게 친구한테 '야!'라고 부를 때와는 억양이랄까 느낌이 다르기는 하지만 외지인이 구별하기에는 쉽지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알바를 할 때 많이 들었던 소리다. 주로 물건 정리하러 창고에 들어간 사이에 손님이 들어와 계산을 요구할 때 주로 들었다. 나는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부조화가 일어난 탓인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근데 이 말은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고 젊은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기에 젊은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한다면 상대방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동안 제주 방송에서 제주도 사투리가 훈민정음에서 쓰는 글자와 많이 닮아 있어서 국어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반면에 빠르게 사투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원래 말이라는 게 시간에 따라서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서 진화 또는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진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특정 지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환경도 있겠지만 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색깔이 희미해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 또한 들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도에서 자체적으로 제주어 말하기 대회라던지 방송에서도 사투리에 관한 광고를 조금씩 노출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콘텐츠에 많이 나와서 미디어에도 많이 노출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ep.2 제주에 00도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