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신발 싣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돈다

CH 1 아전인수我田引水 - 내 논에 물 대기 바쁜 사람들

by 관계학 서설 II

공동 주택의 7가지 불문율

1. 내로남불! 2. 싸우면 진다. 3. 목소리 크면 유리하다. 4. 갈등분쟁이 생겨도 안 보고 안 만나도 아무 문제없다. 5. 실컷 주장하고 아니면 만다. 6. 정답은 없지만 명분은 있다. 7. 단지의 평판은 딱 입주민 수준과 같다.


유리 성벽 위의 대립: 투명성을 거부하는 낡은 보신주의 - [올드보이(관리소장)]

관리사무소 회의실의 공기는 30년 된 건물의 눅눅한 습기와 팽팽한 적대감이 뒤섞여 흡사 질식할 것만 같았다. 나는 노트북 화면을 돌려 공식 홈페이지의 관리자 페이지를 올드보이 소장의 면전에 들이밀었다. 그동안 '성동사랑' 등 익명의 그늘에 숨어 통제 불능으로 날뛰던 비공식 채널을 나와서, 모든 민원 창구를 공식 홈페이지로 일원화하기 위한 최후의 선언이었다. "소장님, 제가 이미 약속한 대로 외부 카페는 모두 탈퇴했습니다. 이제 우리 단지의 대원칙은 '실명'과 '서면'입니다. 이 원칙대로 민원 답변을 시스템적으로 박제합시다."


나의 단호한 목소리에 올드보이는 겉으로는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유, 회장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원칙이야 당연히 실명과 서면이죠.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이미 다른 퇴로를 찾느라 사방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는 배리 슈워츠가 지적한 대로, 새로운 시스템이 가져올 '책임'이라는 기회비용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보신주의적 저항 상태에 빠져 있었다 [1].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부진한 업무 기록이 디지털 데이터로 남아 영구히 공개되는 것, 즉 '업무의 투명화' 그 자체였다. 그는 낡은 관행이라는 유리 성벽 안에 숨어 변화의 바람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아전인수의 극치: 업무 태만을 가리는 "인력 부족"의 프레임

논리적 근거가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올드보이는 즉각 '인력 부족'이라는 해묵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회장님, 지금 우리 직원들 일에 치여 죽습니다! 민원 하나에 답변 달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들어올 텐데, 그 시끄러운 걸 행정력이 어떻게 감당합니까? 그냥 지금처럼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면 될 걸 왜 자꾸 긁어 부스럼을 만드시는지 모르겠네!" 그는 나의 혁신 의지를 단지의 평화를 깨뜨리는 '분란의 씨앗'으로 교묘하게 몰아붙였다.


내가 "소장님, 인력이 정 문제라면 초기에 제가 직접 답글 다는 걸 돕겠다"라고 파격적인 제안을 던지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날 선 발톱을 드러냈다. "아니, 그건 입대의 회장님이 하실 일이 아니죠! 회장님이 왜 관리 업무에 사사건건 개입을 하십니까? 이건 명백한 월권이고 갑질이에요!" 돕겠다는 선의조차 '월권'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두어버리는 아전인수의 극치였다. 그는 조직을 개선하기 위한 정당한 저항(Voice)에 귀를 닫고,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기 위해 시스템 도입을 무력화하려 했다 [2]. 그의 목소리는 컸으나 그 속에는 단지를 위한 진정성은 단 한 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편집된 진실의 발화: 기록되지 않는 언어의 교묘한 유포 - [터줏할멈(입주민)], [합종연횡(선관위원)]

회의실을 박차고 나간 올드보이는 곧바로 치졸한 '여론 조작'에 착수했다. 그는 자신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온 터줏할멈에게 비련의 주인공처럼 뉘앙스를 풍겼다. "할머님, 저 이제 여기 못 있을 것 같아요. 회장님이 주민들 신상 정보를 억지로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시는데, 제가 입주민 보호하려고 항거하다가 이렇게 됐네요. 부하 직원 대하듯 갑질을 하시니..." 전후 맥락을 완전히 도려내고 자신을 '갑질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피해자'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이 '편집된 진실'은 터줏할멈의 입을 거쳐 즉각 합종연횡 위원에게 전달되었다. "아이고, 우리 소장이 회장 갑질 때문에 쫓겨나게 생겼다네! 주민 정보를 강제로 뺏으려 했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조너선 하이트가 분석했듯, 이들은 객관적 진실보다는 '아군'의 서사를 맹목적으로 믿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도덕적 맹점에 빠져 있었다 [3]. 합종연횡은 이 오염된 정보를 다시 독불꼴통 위원에게 전파하며 단지 내에 거대한 불신의 독버섯을 키워나갔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은밀한 구두 언행은 그렇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리더의 목을 죄어오는 밧줄이 되어 돌아왔다.


난기의원의 책략과 온라인 여론의 광풍 - [난기의원(동대표)], [짜리몽땅(온라인운영진)]

단지 내의 혼란스러운 기류를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난기의원이었다. 그는 이 갈등의 본질이 시스템 개선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사태를 관망하며 은근히 카더라 방송을 부추겼다. "에구, 회장님이 의욕이 너무 앞서셔서 큰일이네. 소장 말이 맞지, 개인정보가 얼마나 무서운데..." 그는 뒤에서 불을 지피며 사태를 키웠고, 이 가공된 정보는 온라인 스피커인 짜리 몽땅(온라인운영진)에게 전달되었다.

짜리몽땅은 오픈 채팅방에 자극적인 키워드를 배치하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송출했다. "긴급! 대표 회장, 주민 개인정보 강제 수집 시도!" 순식간에 온라인 공간은 나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되었다. 주민들의 신상 정보를 강제로 빼내려 했다는 왜곡된 공포는 광기처럼 번졌고, 올드보이의 무책임한 사퇴 선언은 성스러운 저항으로 미화되었다. 이것은 진실이 신발을 채 신기도 전에 거짓이 어떻게 공동체를 장악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실사례였다 [3].


5초의 결단: 감정의 소용돌이를 끊어내는 이성적 스위치

나는 손끝이 떨릴 정도의 모멸감을 느꼈다. 핸드폰 화면 속에서 나를 '갑질 회장'으로 몰아가는 댓글들을 보며, 당장이라도 채팅방에 들어가 소장과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억울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고, 배신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나는 분노의 손가락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감정이 이성을 집어삼키려는 찰나, 내 의식 속에서 멜 로빈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5, 4, 3, 2, 1.'


나는 '5초의 법칙'을 통해 전두엽을 강제로 활성화했다 [4]. 뇌가 비겁한 분노를 준비하기 전에 이성적인 행동으로 궤도를 수정한 것이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신 대화 내용 녹취 자료와 홈페이지 민원처리절차 운영 세부 규정을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5] 비난 본능에 휩싸인 군중에게 당장 논리가 통하지 않을지라도, 결국 마지막에 나를 지켜줄 것은 편집된 목소리가 아닌 '객관적인 기록'과 '시스템의 데이터'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실행자의 지적 각성: 챕터 1의 파국에서 건져 올린 시스템의 닻 - [배리 슈워츠, 멜 로빈스]

"민원은 감정의 한 끗 차이라 결국 해법은 없고 명분으로 풀리곤 한다." 회의실의 차가운 정적 속에서 나는 내가 세웠던 이 불문율을 다시금 뼈아프게 복기한다. 오늘 내가 겪은 일련의 사태는 아전인수형 관계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종착역이었다. 내 의식 속에서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나지막이 조언한다. "자네가 마주한 저항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시스템이 강요하는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라네 [1]." 그의 지적처럼, 소장은 기록이 박제되는 순간 자신의 무능이 탄로 날 것을 직감하고 사퇴라는 극단적 Exit를 선택한 것이다.


나는 이제 어렴풋이,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깨닫는다. 아전인수의 늪을 건너는 유일한 방법은 똑같은 감정의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발붙일 수 없는 '시스템의 영토'를 넓히는 것뿐임을. 멜 로빈스(Mel Robbins)가 내게 건넨 5초의 법칙은 단순한 심리 기법이 아니라, 리더가 광기 어린 군중 속에서 자신의 이성을 수호하는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4]. 나는 소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차가운 절차와 동시에, 감정이 아닌 '로그 기록'에 기반한 진실의 공고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챕터 1의 이 처참한 파국은 끝이 아니라, 비로소 데이터와 시스템이라는 무기를 들고 일어서는 새로운 관계학의 시작임을, 나는 이 고독한 승부의 끝에서 비로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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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 2004, The Paradox of Choice (선택의 심리학): 선택과 책임의 기회비용이 커질 때 발생하는 보신주의적 저항과 결정 회피 심리를 분석함.

[2] 알버트 O. 허쉬만(Albert O. Hirschman), 1970, Exit, Voice, and Loyalty (이탈, 저항, 충성): 개선을 위한 Voice를 거부하고 무책임한 사퇴(Exit)를 무기로 조직을 흔드는 행태를 지적함.

[3]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2012, The Righteous Mind (바른 마음): 도덕적 직관이 이성에 앞서며, 집단 결속을 위해 아군의 서사를 맹목적으로 믿는 확증 편향 구조를 설명함.

[4] 멜 로빈스(Mel Robbins), 2017, The 5 Second Rule (5초의 법칙): 본능적 방해를 차단하고 전두엽을 활성화하여 이성적 실천을 유도하는 심리 기법.

[5] [4] (부록) CH 4 동대표들이 '꼭' 알고 지켜야 하는 7가지 법과 규약(시행령, 시행규칙, 공동준칙, 관리규약 등 포함) 적용 실사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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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구조의 말글그림·도: Step 7]

동력: 시스템 도입(투명성)에 대한 관리소장의 보신주의적 공포

변환: 업무 지시를 '갑질'로, 시스템화를 '정보 탈취'로 편집하여 유포

증폭: 합종연횡과 독불꼴통의 확증편향을 거쳐 온라인 광풍으로 진화

해법: 5초의 법칙을 통한 심리적 거리 확보 및 데이터 기반의 절차적 대응


[공동주택 관계학의 3단계]

· 아전인수(我田引水) 단계: 감정과 이성 모두를 철저히 ‘자기’ 위주로 배치하는 상태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성은 오직 자신의 감정적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소비되며, 주관적 편향이 갈등을 고착화시킨다.

· 역지사지(易地思之) 단계: 단순한 입장 차이를 넘어서 타인의 내면에 깊게 뿌리 박힌 상처와 인정 욕구의 근본 원인을 통찰하는 상태이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존엄과 공감적 합리성'의 틀 속에서 바라보며, 심리적 기제를 분석해 갈등의 매듭을 푸는 단계이다.

· 3공(三公) 형 단계: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구조 속 절차와 제도 속에서 관계를 객관화하는 상태이다. 공익, 공평, 공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개인이 아닌 투명한 시스템의 질서 위에 정착시키는 최종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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