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2 역지사지易地思之 - 입장 바꿔 생각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관리소장이 늘 '하는' 7가지 찐? 소리
1. 저만한 사람 없습니다 2. 저희 수준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3. 너무 큰 기대를 하시네요 4. 저희가 동대표, 부하직원은 아니잖아요 5. 우리는 서면, 기록 좋아하지 않습니다 6. 뭐든 너무 서두르신다! 7. 하루 1가지 이상 업무 처리는 절대 안 합니다 (*대표 회장은 단지의 컨? 어른이시니 언제든지 하문해 주세요?!)
보복의 철문: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우다 - [심술보(전 회장)], [박쥐소(전 소장)]
어느 날 오전, 단지 지하의 에어로빅실 철문이 둔탁하고 차가운 소리를 내며 잠겼다. 표면적으로는 '관리비 절감'과 '안전 관리'라는 공적인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에어로빅 동호회원들에게 외면당했다는 심술보의 뒤틀린 복수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회장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결정입니까?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십 년 넘게 운동하던 권리를 하루아침에 뺏어요?" 회원들이 관리실로 몰려와 항변하자, 심술보는 가죽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거만한 냉소를 흘렸다. "아니, 거 에어로빅 회원들이 선거 때 누구 찍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내 재임 기간에 남들 춤추는 거 전기세 대줘가며 도와줄 생각 없으니 그리 아세요!"
이 노골적인 멸시는 상대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단칼에 부정하는 전형적인 모멸감의 투사였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박쥐소는 특유의 영혼 없는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며 불에 기름을 붓는 '찐? 소리'를 툭 던졌다. "회장님, 입주민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우리 단지 주민들 수준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대충 규정 핑계 대고 닫아두면 잠잠해질 텐데 뭘 그리 힘을 빼세요?" 김찬호가 분석했듯, 인간이 타인에게 모멸감을 줄 때 그는 스스로를 우월한 위치에 놓으며 상대의 자존감을 파괴하는 쾌락을 탐한다 [1]. 단지는 그렇게 전임 회장의 옹졸한 복수심과 소장의 냉소적인 인간관이 결합한 '모멸의 연쇄 반응' 속에 갇히고 말았다.
박쥐의 은밀한 작당: 부정한 협약이 만든 가짜 평화 - [나로빅(에어로빅 회원)]
심술보가 과도한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사퇴하자, 단지에는 일시적인 권력의 공백이 생겼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틈새를 파고든 인물이 기회주의의 화신 박쥐소 소장이었다. 그는 자신을 압박하던 전임 회장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고, 동시에 가장 목소리 큰 민원 집단인 에어로빅 세력을 포섭하기 위해 나로빅 회원을 비밀리에 접촉했다. "나로빅님, 심술보가 나갔으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규약상 서류는 좀 미비하지만, 제가 대충 처리해서 '잠정 오픈 특혜 협약서'를 써드릴게요. 사용료도 타 동호회보다 훨씬 낮게 책정해 드릴 테니 나중에 저 좀 밀어주쇼."
나로빅은 기다렸다는 듯 그 부정한 제안을 덥석 물었다. "소장님, 역시 믿을 분은 소장님밖에 없네요! 그 인간 때문에 우리가 받은 모멸감을 생각하면 이 정도 특혜는 당연한 보상이죠." 두 사람은 절차의 엄중함보다 당장의 상처 회복과 사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며, 밀실에서의 합의를 선택했다. 이는 라인홀드 니버가 지적한 '집단의 비도덕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2]. 자신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겠다는 열망이, 공동체 전체의 규칙과 절차의 존엄성보다 앞서 버린 것이다. 상처받은 피해자가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부정의를 정당화하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침묵의 데이터: 숫자가 비명으로 읽히는 순간
내가 전임 감사 시절 마주한 것은 바로 이 뒤틀린 협약서였다. 대표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나는 현장의 비아냥과 불신의 눈초리를 뒤로하고, 사무실의 낡은 컴퓨터 앞에 앉아 먼지 쌓인 엑셀 시트를 켰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무미건조한 숫자들은 지난 5년간의 사용료 변동 추이와 민원 발생 시점을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2022년 에어로빅장과 함께 공동 운동 공간 내 있던 피트니스센타의 운영 실패로 수천만 원의 관리비가 충당되었을 때, 입대의의 위탁관리 방식 검증이란 훨씬 중요한 부분은 나몰라라 한 채 '냉소녀'들은 에어로빅 동호회의 불공정성만 부각한 온갖 민원을 쏟아냈다. 결국 심술보가 문을 걸어 잠근 2023년 겨울에는 에어로빅 회원들의 항의 방문이 관리실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였다.
데이터는 숫자가 아니라 주민들의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나는 엑셀의 필터를 걸어 키워드를 분류했다. '특혜', '불공정', '왜 쟤들만'. 반대로 에어로빅 회원들의 서명부에는 '인격 모독', '동네북', '폐쇄 철회'라는 단어가 핏빛처럼 물들어 있었다. "숫자 너머에 사람이 있었구나." 나는 비로소 입장을 완전히 바꾸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에어로빅 회원이라면? 이름도 모르는 전임 회장에게 '표가 안 되는 무가치한 집단'으로 낙인찍혔던 그 모욕감을 어떻게 씻어낼 수 있을까? 나는 리처드 탈러의 '넛지' 이론을 떠올렸다 [3]. 강압적인 폐쇄나 무원칙한 특혜 유지 대신, 이해관계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정교한 '선택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방청석의 소란: 명분의 거래와 자존심의 충돌 - [뒷배형(전전 회장)] [복사기(전전 총무)]
정기 입대의 날, 회의실 뒤편 방청석은 나로빅을 필두로 한 에어로빅 회원들과 날 선 눈빛의 냉소녀들로 가득 찼다. 그 옆에는 참관인 자격으로 앉아 노회 한 미소를 짓는 뒷배형이 있었고, 그의 수족인 복사기는 회의장 밖 복도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퍼뜨리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발언권을 얻어 선언했다. "전임 소장과 맺은 특혜 협약서는 규약 위반이므로 무효입니다. 에어로빅실 운영을 정식화하되, 사용료를 타 동호회 수준인 3만 원으로 현실화하겠습니다."
방청석의 냉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쏘아붙였다. "어머, 이제야 상식이 통하네." 그러자 나로빅이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했다. "이게 무슨 보상입니까! 우리를 또 무시하는 거예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요, 오히려 여러분의 품격을 높여드리는 겁니다. 인상된 사용료 수입에 단지 지원금을 보태 '에어로빅 활성화 연간 예산'을 공식 편성하겠습니다. 최고의 강사를 초빙하고 노후한 장비를 교체해 드릴 겁니다. 여러분은 특혜를 받는 집단이 아니라, 단지가 인정하고 투자하는 '공식 동호회'가 되는 겁니다." 장내는 순식간에 술렁였다.
존엄의 회복: 추락하는 박쥐와 새로운 질서
나의 제안은 박쥐소 전임 소장이 만들어놓은 지저분한 유착의 고리를 단칼에 끊어버렸다. 나로빅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뭐... 단지가 우리를 그 정도로 대우해 주고 지원까지 해준다면야... 사용료 3만 원이 아깝지는 않네요. 우리도 체면이 있지, 언제까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녀는 이제 '부정한 수혜자'가 아닌 '존중받는 정식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했다.
냉소녀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더 이상 비난할 명분을 찾지 못해 입을 꾹 다물었다.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감각이 회복되자, 그녀의 시기심 섞인 냉소는 동력을 잃었다. 배후에서 갈등을 부추기던 뒷배형은 "일이 묘하게 풀리네"라며 슬그머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김찬호가 말한 '존엄의 회복'은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가치의 재배열을 통해 완성되었다 [1]. 에어로빅실은 이제 비난의 중심이 아닌, 단지의 활력을 책임지는 공식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실행자의 고독한 성찰: 모멸의 연쇄를 끊는 데이터의 눈 - [김찬호, 리처드 탈러]
창밖으로 들려오는 에어로빅실의 활기찬 음악 소리를 들으며 나는 깊은 상념에 잠긴다. 오늘 내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민원 해결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지독한 '인정 투쟁'이었다. 내 의식 속에서 누군가 조용히 묻는다. "그들이 원한 것이 정말 돈 몇 푼이었겠나? 결국은 자신들이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존엄의 확인'이었지 [1]." 그의 지적처럼, 나는 특혜라는 비겁한 보상 대신 '시스템적 인정'이라는 고결한 명분을 그들에게 선물했다.
또한 리처드 탈러의 문장은 내 실행의 날을 더욱 날카롭게 제련한다. "강요하지 마라. 다만 그들이 더 나은 길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환경을 설계하라 [3]." 나는 이제 에어로빅실의 문을 열며, 단순히 자물쇠를 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다. 모멸감이 남긴 상처를 존중의 경험으로 재배열하고, 시기심이 날뛰는 공간에 공정의 원칙을 던지는 것. 이것이 챕터 2에서 내가 견지해야 할 '역지사지'의 실체다. 나는 이제 다음 전장인 '경로당'이라는 더 거대한 감정의 늪으로 향한다. 과연 그곳에서도 데이터는 비명이 되어 나에게 길을 알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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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찬호, 2014, 모멸감: 한국 사회의 위계 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상처와 존엄의 문제를 해부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관계의 재구성을 제안함.
[2]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932, Moral Man and Immoral Society: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으나 집단은 이기적 욕망에 따라 비도덕적으로 흐르기 쉬운 역동을 분석함.
[3]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2008, Nudge: 강압적 금지가 아닌 선택 설계를 통해 더 나은 결정을 유도하는 유연한 개입의 힘을 역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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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구조의 말글그림·도: Step 8]
· 발단: 전임 회장(심술보)의 보복성 폐쇄 → 전임 소장(박쥐소)의 부정한 특혜 협
· 전개: 냉소녀의 특혜 비난 vs 나로빅의 피해 의식 충돌 (모멸의 연쇄
· 심화: 데이터 분석(사용료-민원 상관관계)을 통한 갈등의 본질(상처) 파
· 결론: 역지사지 설루션(사용료 현실화 + 공식 예산 지원) → 공정과 존엄의 동시 회복
[공동주택 관계학의 3단계]
· 아전인수(我田引水) 형 단계: 감정과 이성 모두를 철저히 ‘자기’ 위주로 배치하는 상태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성은 오직 자신의 감정적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의 도구로 소비되며, 주관적 편향이 갈등을 고착화시킨다.
· 역지사지(易地思之) 형 단계: 단순한 입장 차이를 넘어서 타인의 내면에 깊게 뿌리 박힌 상처와 인정 욕구의 근본 원인을 통찰하는 상태이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존엄과 공감적 합리성'의 틀 속에서 바라보며, 심리적 기제를 분석해 갈등의 매듭을 푸는 단계이다.
· 3공(三公) 형 단계: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구조 속 절차와 제도 속에서 관계를 객관화하는 상태이다. 공익, 공평, 공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개인이 아닌 투명한 시스템의 질서 위에 정착시키는 최종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