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하얼빈> 북리뷰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303쪽)
가장 흔한 이야기를 가장 탁월하게
나는 이 세 단어(포수, 무직, 담배팔이)가 다른 말들을 흔들어 깨우고 거느려서 대하를 이루는 흐름을 소설의 주선율로 삼고, 그 시대의 세계사적 폭력과 침탈을 배경음으로 깔고, 서사 구조는 역사적 사건의 전개에 따르되, 이야기를 강도 높게 압축해서 긴장의 스파크를 일으키자는 기본설계를 가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304쪽)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무거운 사명.
밤이 늦으면 사내들은 촛불 빛 속에서 거뭇거뭇했다. 김아려는 이 사내들과 자신의 운명이 시국이라는 거수의 발자국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중략)
사내들의 말은 가깝고 다급했지만, 말 끝난 자리의 허허로움을 다들 알고 있었다. 안중근은 몸속에서 들끓는 말을 느꼈다. 말은 취기와 뒤섞여 아우성쳤다. 안중근은 말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59쪽)
꼭 필요한 것만 준비하고 목표에 집중한다.
이토의 목숨을 죽여서 없앤다기보다는, 이토가 살아서 이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토의 존재를 소거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바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89쪽)
감히 말할 수 없는 뜨겁고 묵직한 그것.
나의 30대는 어땠을까.
나라면 나라를 위해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뜻 손을 내밀수 있었을까.
내 곁에 안중근이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