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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Mar 21. 2023

[북리뷰]내 인생 마지막 여행지는

<고스톱 고전 읽기> 월든 (8)

 첫째 딸아이가 중3이 되었다. 고입을 코앞에 두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딸은 외고에 진학하고 싶다고 한다. 대학에 가서는 태국어를 전공하고 싶다고 명확하게 자신의 진로를 말했다. 또렷하게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고 순수하게 그 욕망을 따라 열심히 사기특한 아이다. 태국어가 배우고 싶다고 인터넷에서 온라인 태국어 선생님을 찾아 이 강의를 듣고 싶어요 말하거나 아로마에 관심이 생겼으니 관련 강의를 듣고 싶다고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딸이 신기하기만 하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꿈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며 방황하거나 무기력해지곤 하는데 이 와중에 얼마나 다행인지.


나를 몰랐던 나

나를 잘 아는 일,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도 자기 자신에게서 가장 먼 존재가 자신이라고 말하듯, 나에겐 나를 아는 일도 내 욕구를 드러내 표현하는 일도 어렵고 힘든 일이다. 아마도 습관적으로 남의 시선이나 비판을 미리 걱정하며 내 생각과 욕망을 표현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나에게 조언이라도 하듯 소로우는 나를 탐험하고 알아가는 여행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 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472p.)




멀리 떠났던 시간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늘 새로운 곳,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일을 좋아한다. 낯선 곳에 나를 던지고 천천히 알아가는 설렘을 즐긴다. 더 멀리 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나로부터 더 먼 여행이었을까, 더 다가가는 여행이었을까.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각자는 하나의 왕국의 주인이며, 그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의 대제국은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 얼음에 의해 남겨진 풀 더미에 불과하다. (473p.)



 여행을 하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들은 성공한 것들의 과거의 역사다. 박물관이 그렇고 왕궁과 성이 그렇다. 때때로 우리는 유명한 관광지들로 사진만 찍는 일정을 여행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잠깐 스치는 도시의 골목, 시장, 성당이나 교회 등에서 더욱 생기 넘치는 지금 그 나라, 그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의 현재를 느끼고 볼 수 있다. 말과 문화는 다르지만 지역을 넘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먹고살고 즐기는 일상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훌륭한 유물을 보고 고귀한 메시지를 읽어내기도 하고 현재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지금의 나를 비추어 보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여행이라고 하면 어떨까.


대학을 갓 졸업하고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정해진 일정대로 바삐 움직이는 우리나라 사람들 틈 속에서 문득 바라본 다른 나라 사람들의 여행스타일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휴가를 낼 수 있는 기간이나 조건이 다르기도 했겠지만 뭔가 많이 달랐다.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여유롭고 편안하게 박물관을 관람하고 주변 공원이나 벤치, 시장같은 곳을 구경하거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즐기며 쉬기도 했.  이들을 보고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맞아, 여행의 목적에 쉼도 포함되어 있었지. 우린 그걸 빼먹었네." 쉬면서 그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내 삶과 연결 짓고 소화해 내는 시간 없이 우린 바쁘게 뭔가를 보고 사고 뛰어다니고만 있었던 거였다. 나 자신의 신세계를 발견하는 탐험가로서의 음미와 사색의 시간 중요함을 격하게 깨닫간이었다.  


만약 당신이 모든 나라의 말을 하고 모든 나라의 습관을 배우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 어떤 여행가보다 더 멀리 여행하고 모든 풍토에 익숙해지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서 그로 하여금 자신의 머리를
바위에 부딪쳐 죽게 만들려고 한다면
옛 철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당신 자신을 탐험하라. (475p.)


여행이라는 건...

여행이라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용기 있게 발걸음을 떼는 행동으로 시작된다. 그 발걸음은 작고 설레지만 새로운 곳을 보고 나면 뿌듯함으로 전사의 발걸음만큼이나 씩씩해진다. 또한 여행은 그 어떤 선입견도 없이 새로운 곳에 나를

던지는 행동이다. 새로운 환경, 낯선 곳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내 안의 모든 촉감이 살아나고 지식이 총동원되는 대단한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행 후에 어떤 지식을 얻거나 여행지에서의 체험뿐아니라 성취감이라는 큰 선물은 나중에 새로운 어떤 것을 대할 때 어렵겠지만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이라는 힘으로 다시 태어난다.  익숙한 곳에서 반복되는 일상만 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낯선 상황에서 발견하는 행운을 주기도 다.

 

일상을 여행처럼

먼 곳을 여행하고 전혀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나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때때로 내 주변을 여행자처럼 낯설게 바라보면 어떨까. 늘 다니던 등굣길 말고 새로운 샛길을 도전해서 걸어보거나 반복되는 출퇴근길의 노선을 달리해서 가보는 시도를 해본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 핀 꽃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경험이나 새로 생긴 상점을 발견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할 테지만 쭈볏쭈볏 들어간 동네마트의 인심 좋은 주인의 도움으로 의외의 지름길을 알아내기도 한다.

마지막 여행지는 바로

 실은 여행이라는 것은 접하게 되는 모든 것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태도로의 전환은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 또한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있는 그대로 나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 보는 것,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보고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 관찰하고 살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보든 어디를 가든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언제나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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