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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n 25. 2023

그까짓 거 유튜브

<가족 책,놀자!> 80일간의 세계일주(1)

엄마, 저 유튜브 찍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휴대폰을 보고 자라서일까.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늘 함께 하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오죽하면 포노사피엔스라는 말이 생겼으랴. 책 보다 쉽고 편하게 보는 것이 또 휴대폰 속 유튜브 영상이다. 막내딸은 하루에 한 시간씩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그 시간의 대부분을 영상을 보는 데 사용하곤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를 찍고 채널에 올리는 것이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소원이 되었다. 




유튜브로 은근슬쩍 책 읽기

 

막내딸과도 책을 꾸준히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았다. 이번 달 <가족 책 놀자>로 읽을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유아용으로 빌려다 놓고는 겨우 한번 읽혔다. 그다음으로 조금 수준 높은 책을 슬쩍 가져와 함께 읽어 본다. 그런데 제법 잘 따라온다. (주)한국헤밍웨이의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책의 페이지마다 어려운 단어가 뜻과 함께 정리되어 있는데 그런 단어를 퀴즈로 내며 책을 읽으니 더욱 재미도 있고 유익해진다.


 우리 책 읽는 걸 유튜브로 한번 찍어볼까?


막내딸은 단박에 좋다고 '콜!'을 외친다. 뭐로 가도 목적지에만 다다르면 되니 돌아가든 지름길로 가든 책 읽기만 유지할 수 있으면 괜찮다.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채널명도 같이 짓는다. 막내는 "책벌레"라고 짓자고 한다. 나는 조금씩 천천히 읽어볼 요량으로 앞에 "야금야금"을 덧붙여 "야금야금 책벌레"로 최종확정한다.


https://youtu.be/zOmm1 J4 n9 B8



야금야금 책 읽기가 재밌어진다면


시키지도 않고 별다른 준비도 안 했는데 워낙 다른 유튜브를 많이 봐서 그런가. 제법 그럴듯하게 채널소개를 한다. 핸드폰 카메라를 대자마자 종알종알 청산유수로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다.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10분 내외, 2쪽 정도를 짧게 읽고 초보 에디터 실력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올리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읽을 수 있다니 다행이다. 다만 나의 인내심과 편집실력이 뒷받침해 주기를 바랄 뿐.


https://youtu.be/FukRUFmsB_k


멀고도 험한 초등 책 읽기의 과정은 부모의 필사적인 정신력과 강인한 체력이 필수다.


지치지 말 것, 그리고 가늘고 길게 갈 것.
기억하자. 이 마음.
셋째라고 흔들리면 안 돼!


지쳐버린 나의 심신에 주문을 외듯 되뇐다. 흔들리는 마음에 다짐이라도 받듯 한 번 더 글로 복사, 인쇄, 코팅까지 해둔다. 근데 어쩌지? 벌써 이 말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엄마! 9시예요. 영상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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