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붙잡고 있던 원고를 마감하고 온라인 유통, 판매신청을 해두었다. 꼼꼼한 지인 두 명에게 교정을 부탁한 덕분에 수정시간이 많이 단축되긴 했지만 보고 또 봐도 계속 고칠 것이 보였다. 마감이 없으면 평생 붙들고만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완벽함에 이르고 싶은 욕심보다 실수 없는 최선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컸음에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난생처음 책을 쓰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깨달았다.
출판이라는 목표만으로는 안된다.
마음이 급해졌다. 마감기한을 맞추느라 억지로 써낸 글은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힘이 들어가고 장황했다. 반대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미리 써놓은 글은 잘 익은 홍시처럼 부드럽게 넘어갔다. 책을 출판하겠다는 목표보다 차곡차곡 글을 써두었다가 책을 쓸 때가 되었다고생각되는 그때가 바로 책을 내기에 적기인 것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일단 책을 내는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었다. 내 책을 낸다는 것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그럴듯한 생각에 언어라는 옷을 입혀 책이라는 옷장에 잘 집어넣는 과정이었다. 초고를 쓰고 고치고 수정하고 표지를 만들고 전자책으로 편집, 유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책을 홍보하는 일련의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재밌었다. 게다가 책을 쓰면서 그동안 머릿속에 떠다니는 많은 생각들을 잘 맞는 옷장을 만들어 차곡차곡 집어넣으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생각보다 무거운 책의 무게.
'슬로리딩' 독서법을 실천하고 그 노하우를 전하는 책을 썼다. 교육서는 뭔가 남들에게 보이는 성과, 객관적인 증거를 꺼내 보이기가 어렵다. 수치나 점수로 나타내기도 힘들고 한 때 했었던 독서활동과 지금의 학습 결과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경험했던 사람들의 소감과 후기를 정성스럽게 옮겨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독서 교육책이라면 적어도 우리 집 애들은 흠잡을 때 없이 독서를 하고 모범적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했다.거기에 더해 S 대라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우리 아이들은 그냥 평범한 사춘기 중학생일 뿐... 있는 그대로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그런 세상의 잣대가 은연중에 신경 쓰이면서 한편으론 괜한 김칫국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넘기지만 편하지 않다. 이런 질문에 나의 답은 그 때 그 순간만은 아이들과 즐겁고 행복했노라고 말하면 되는걸까.끝도 없이 질문이 이어진다.
막상 책을 유통시킨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내 책을 누가 읽어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마지막 승인신청에 클릭을 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지만 지금의 나로선 최선이라고 위안하며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려본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독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통해 자기를 극복했다는 일종의 증거다.